▲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현재의 촛불민심은 향후 우리나라의 중요한 문제를 풀어내는 방법론으로서 참여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자양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촛불이 권력의 부정의에 대한 분노를 넘어 우리의 문제를 풀어냄에 있어 사회적 화합과 연대를 만들어 내는 기반이 돼 주길 기대한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많은 문제 가운데 일자리 문제,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일자리 불평등 문제는 참으로 심각하고 그 파급효과도 크다. 좋은 일자리를 향한 국민적 열망은 대통령 하야나 탄핵 이상으로 크다고 느껴진다. 국정이 진정성 있게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일에 집중된다면,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사실 그러한 대중적 기대와 요구심리를 교묘히 이용한 것이 현 정부에서 추진했던 노동개혁 담론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의 구조적 흐름을 제어하는 데 별다른 효과를 나타내지 못했다. 대신 해고의 자유 질적으로 확장하기, 안 좋은 일자리 더 만들기, 국민과 노동조합 이간질시키기 및 기업 내에서 노동조합들의 힘 무력화시키기 등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부정적인 요소들을 품고 있었다. 문제의 해법이라기보다 오히려 문제의 새로운 유발자로 기능한 면이 강하다.

좋은 일자리는 소수이고 안 좋은 일자리가 다수인 상황, 향후 좋은 일자리는 점차 더 줄어들고 안 좋은 일자리가 더욱더 늘어날 전망, 그래서 새로운 일자리 기회를 찾는 이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제공될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 중첩돼 일자리의 구조적 문제를 형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원론적으로 그것은 세 가지 과정의 복합적 노력을 통해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첫째, 제도와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둘째, 노사관계의 집단적 주체들이 사회전반적인 일자리 구조의 문제적 상황에 대해 공동의 인식과 해법을 발전시켜 가야 한다. 셋째, 일자리에 대한 개인들의 민감성을 높여야 한다. 말하자면 정부와 노사, 그리고 개인들 모두가 일자리 질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노력을 함께 전개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자면 일자리 문제는 결국 사회적 소통(social communication)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개별기업들 의지만의 문제도 아니고, 어떤 소외된 행정공학적 접근만의 문제도 아니다. 일자리 문제를 사회적 소통의 중심에 세우고 현실의 일자리와 앞으로 만들어질 일자리들에 대한 사회적 민감성을 증대시키고, 그것에 자원을 대폭 투입해야 한다. 그것은 일종의 사회투자(social investment)일 수 있다.

이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문제를 다루고 풀어 갈 새로운 컨트롤타워(control tower)를 상상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정부 내에 어떤 형식 합리성만 극대화시키고 정책적 효과성은 별로 발휘하지 못하는 형해화된 단위를 만들어 내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 오히려 정부와 민간 사이에서 기존 일자리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전망을 세우고 산업정책과 고용정책의 양 날개를 가지고 그것의 실행을 추동해 가는 무언가가 돼야 한다.

특히 산업과 고용에 대한 정책적 접근이 분리돼 있는 지금의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업과 고용은 동전의 양면이다. 4차 산업혁명의 쓰나미가 우리 사회, 우리 경제를 뒤흔들 전망이다. 산업 내 그리고 산업 간의 관계를 고찰하면서 일자리 문제를 산업과 연계해 바라보는 포괄적인 컨트롤타워 구축이야말로 사회적 소통의 중요한 촉매제일 수 있다.

실업문제가 한창이었던 2000년대 초반, 독일은 노동시장 개혁을 단행함과 동시에 경제부와 노동부를 통합시켜 경제-노동부를 구성했다. 이는 실업문제 해결을 경제정책의 주안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었다. 종래 일자리 문제의 조직적·소통적 인프라의 중심에 있었던 연방고용청을 연방고용공단으로 개편하면서 고용서비스의 신속화를 파격적으로 모색하기도 했다. 종래 관료화됐던 일자리 문제에 대한 사회적 소통을 보다 고객 중심적으로 전환하고자 했다.

많은 이들의 예상은 반년 뒤면 이 나라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것이라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긴 시간이 아니다. 그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일자리 문제는 피해 갈 수 없다. 2017년 경제상황은 고용문제가 더욱더 쓰라린 아픔을 유발할 가능성을 예측가능하게 한다. 발본적인 대응과 혁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것을 잘 감당할 정부를 세워 내는 일에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mjnpark@kl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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