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집배노조는 21일 오전 “민원 대응 매뉴얼 수립과 집배원 감정노동 인정 정책 수립”을 촉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은영 기자
장시간 중노동·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집배원들이 감정노동 관련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집배노조(위원장 최승묵)는 21일 오전 "우정사업본부에 민원대응 매뉴얼과 집배원 감정노동 정책 수립을 권고해 달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노조에 따르면 올 들어 5명의 집배원이 사망했다. 4명은 업무 중 목숨을 잃었다.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다, 물을 마시다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집배원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1천여개의 우편물을 배달한다. 장시간 중노동이 집배원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집배원들은 주민을 직접 대하는 서비스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최승묵 위원장은 “인력충원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신적인 스트레스까지 가중되고 있다”며 “항상 웃을 것, 친절할 것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배원에게 대민서비스는 주요 업무 중 하나다. 하지만 민원처리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인권을 포함한 각종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민원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민원인 피해도 개인이 물어내야 한다. 우정사업본부에는 집배원 업무용 민원대응 매뉴얼조차 없다.

최근에는 민원처리 과정에서 "응대를 잘못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부산지역에서 9년째 집배원으로 근무한 류기문(35)씨는 "1년 전 등기를 받지 못해 재산피해가 막심하다"는 민원인의 항의를 받았다. 류씨는 욕설을 내뱉은 민원인에게 자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참다못해 맞대응했다. 류씨는 징계위원회에 회부됐고, 왕복 3시간 거리의 다른 지점으로 전보됐다.

올해 6월 시행된 금융회사 감정노동자 보호 관련 법안은 금융노동자에게만 해당한다. 집배원을 비롯한 콜센터 상담원·민원담당 공무원들은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노조는 “감정노동자 보호법 적용범위를 넓히고 감정노동에 따른 피해를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전향적인 접근과 해결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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