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기간제교사모임 갈무리

교육공무직의 채용 및 처우에 관한 법률(교육공무직법) 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해당사자들의 반발로 법안을 발의한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철회의사를 밝혔지만 '약자들의 치킨게임'에 빠졌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19일 법안과 관련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교육공무직법과 관련된 주요 이해당사자들은 △기간제 교사 △교사·공무원 준비생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이다. 고용이 불안한 기간제 교사와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고시생들은 법안에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한다. 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지만 처우가 낮고 고용이 불안한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은 법안이 통과되길 희망했다.

"기간제 교사부터 정규직화해야죠"

법안과 관련한 논란은 지난 11일 전후로 인터넷카페인 ‘전국기간제교사모임’ 등에서 확산됐다. 카페 회원들은 법안을 발의한 유은혜 의원에게 문자 또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법안 폐기운동에 나섰다. 논란이 됐던 조항은 “교육공무직원 중 교사의 자격을 갖춘 직원은 교사로 채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부칙이었다.

기간제 교사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교육공무원법·사립학교법에 따라 대개 최대 4년까지 근무한다. 학교는 사용기간 4년이 만료될 경우 근무하던 기간제 교사를 신규채용 방식으로 재계약하거나 다른 교사를 채용한다. 정규직 교사로 임용되지 않는 이상 비정규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공무직법안 부칙에 "학교비정규 노동자 중 교원자격증을 보유한 학교비정규 노동자를 교사로 채용하도록 교육감 또는 학교법인이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의 조항이 들어가면서 논란이 됐다. 한국사 과목을 가르치는 기간제 교사 김승기(가명)씨는 “기간제 교사를 보조하거나 행정일을 하는 교육실무사를 정규 교사로 채용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기간제 교사의 이런 우려는 반만 진실이다. 교원이나 공무원이 아닌 학교비정규 노동자 중 교원자격증을 보유한 이들은 △유치원강사 △영어회화전문강사 △사서 △전문상담사 △스포츠강사 등 비교과 과목 교사들이다. 법안은 “사용자가 관계법령인 초·중등교육법·학교도서관진흥법 등에 따라 교사로 채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해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배동산 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은 “강제성도 없는 선언적인 내용이었는데 마치 이 조항이 본질처럼 비춰져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유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 조항을 거듭 삭제하겠다고 설명했지만 반발 목소리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사용자인 교육부와 학교법인은 뒷짐 지고 구경만

기간제 교사와 임용고시·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은 법이 통과될 경우 교육예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인건비가 증가하면 결국 교육예산이 줄어들어 정규직 교사나 공무원 정원이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현재 학교비정규 노동자는 교원·공무원과 달리 별도로 인건비가 편성돼 있지 않다. 학교비정규직 처우와 관련한 법이 없어 학교운영비나 사업비에서 인건비를 끌어오는 실정이다. 관련 법이 없으니 지자체마다 처우도 제각각이다.

교육현장 혼란을 해소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해 예산편성 과정에서부터 인건비를 반영하자는 게 교육공무직법 취지였다. 그런데 제정안을 둘러싼 논의가 교사와 공무원 정원 문제로 옮겨지면서 논란만 과열됐다. 이윤재 학교비정규직노조 정책국장은 “학교 현장의 비정규직인 엄마 세대와 취준생인 딸 세대의 갈등으로 비화돼 결국은 좋은 일자리가 없어져 벌어진 사회적 약자들의 갈등이 됐다”고 말했다.

교육부를 비롯한 관련부처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9급 국가공무원의 경쟁률은 54대1, 국어 등 인기과목의 중등임용시험 경쟁률은 25대 1을 기록했다. 정규교사 대비 기간제 교사 비율은 11.4%다. 4만3천여명의 기간제 교사가 근무하고 있다. 교육부가 기간제 교사로 채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정부가 교사 배치기준을 조정해 교사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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