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노조(위원장 백형록)가 회사와 일부 현장조직의 공격에도 금속노조 가입 절차를 밟으면서 조합원 총투표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노조는 20일부터 22일까지 조합원 1만4천400여명을 대상으로 금속노조 가입 조직형태 변경을 위한 찬반투표를 한다. 조합원 과반이 투표해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금속노조 가입이 가능하다.

노조의 금속노조 가입 추진을 두고 불거진 노사 대결은 흡사 자본과 노동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현장 팀장급 직원들을 상대로 "금속노조에 가입하면 노사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내용의 교육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회사 성향의 현장조직은 "(금속노조에 가입하면) 우리가 내는 노조 회비가 엉뚱한 곳으로 흘러들어 가게 된다"는 유인물을 배포하며 반대운동을 했다. 다수 언론도 "선박 수주가 어려운 상황에서 투쟁만 생각한다"며 회사 편을 들었다.

노조는 정부와 회사가 밀어붙이는 구조조정을 방어하기 위해 상급단체 가입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올해 14차례에 걸쳐 시한부·전면파업을 했지만 분사를 통한 구조조정을 막아 내는 과정에서 기업노조의 한계를 절감했다"며 "노조를 약화시키고 임금을 깎으려는 정부와 자본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민주노조로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인식에서 금속노조 가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사관계는 분사를 통한 구조조정 논란으로 갈등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으로 64차례 임금·단체교섭을 했는데도 의견접근을 하지 못했다. 노조는 14차례 시한부·전면파업을 했다. 그럼에도 회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회사 계획대로 내년에 현대중공업이 6개 회사로 분사되면 조합원들은 뿔뿔이 흩어져야 한다.

현대중공업 민주파 현장조직들은 금속노조 가입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전진하는노동자회·자주민주동지회를 비롯한 6개 조직 대표자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불안한 일자리를 금속노조와 함께 지키자"고 호소했다. 송명주·이갑용·김종철·정병모 등 전직 위원장들은 이날 "우리보다 힘 있게 투쟁하고 있는 금속노조에 가입해 우리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입장을 발표했다.

백형록 위원장은 "자본은 경총과 전경련을 앞세워 자기 배를 불리고 있는데 현대중공업노조는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산별전환 투표를 반드시 가결시켜 거대한 자본과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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