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울산공장에 공권력이 투입된 것을 계기로 노동계의 하투(?鬪)가 격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올 상반기 임금-단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오는 12일 총파업 투쟁을 선언한 상태고 사업장별 파업 찬반투표 실시 등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노사분규 실태=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올들어 발생한 노사 분규는 55건, 참가 인원은 총 9000여명으로 지난해의 60% 수준(건수 기준)이다.

하지만 파업의 전 단계인 조정신청은 이미 426건으로 지난해(483건)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조정신청을 하고 있는 사업장이 총파업 시점에 파업 시기를 맞추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민주노총은 "12일 총파업에 금속노조 114곳, 공공노조 35곳 등 200여개 사업장이 동참할 것" 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이미 파업에 들어갔거나 실시 예정인 사업장 중에는 자동차 항공 화학 금속 등 파급 효과가 큰 기간산업이 많다는 점도 눈에 띈다. 대우자동차 근로자들이 고용안정을 위해 미국 제너럴 모터스(GM) 인수 반대 투쟁에 나선 것이 대표적 사례.

대한항공의 조종사노조와 아시아나항공의 일반노조, 공항관리공단 정비사, 화섬업계(효성 태광 고합 등), 화학업계(여천NCC 한화석유화학 등) 등이 이미 쟁의 대열에 섰거나 준비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효성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노동계의 강경기류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정부는 효성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회사는 물론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엄청나기 때문에 공권력 투입을 앞당겼지만 민노총은 효성에 공권력이 투입될 경우 대정부투쟁과 연대파업을 경고한 바 있기 때문이다. 공권력 투입에 대해 노동계에서는 "폭발 직전의 노동현안에 대해 결국 정부가 뇌관을 터뜨리고 말았다"며 강력한 대정부투쟁을 선언했다.

◆뜨거운 6월=민주노총은 지난 주말 서울집회 이후 오는 11일까지 노조별 쟁의행위 돌입 찬반투표를 거쳐 12일 연대파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며 이에 앞서 울산금속노조와 고합 울산공장노조 등 분규가 진행중인 울산지역 노조의 연대파업을 앞당긴다고 밝혔다. 12일 연대파업에는 보건의료노조, 공공연맹, 사무금융노련 등이 주요 동력으로 꼽히고 있으며 여기에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사회보험노조, 114안내 분사로 진통을 겪고 있는 한국통신 노조가 가세할 경우 연대파업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전망이다.

한국노총도 오는 10일까지 계속되는 산하 노조의 임단협 과정을 지켜 본 뒤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는 오는 24일까지 단위노조의 투쟁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려 정부-재계를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노동계는 6월 투쟁을 둘러싼 정부-재계와의 힘겨루기에서 밀릴 경우 구조조정 저지는 물론 근로시간 단축 및 모성보호 관련법안,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문제 등 산적한 노동현안에서 노동계 입장을 관철하기 어렵다고 보고 대정부 투쟁의 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런 대결국면은 민주노총 연대파업을 고비로 16일 민중연대의 전국민중대회, 한국노총의 노동자대회로 이어지면서 하반기 노동정국의 기조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대응책=정부는 '합법쟁의 보호, 불법파업 엄정처리'라는 원칙론을 강조하며 "효성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국가경제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한편으로 재계에 대한 불편한 심기도 감추지 않고 있다. 당사자인 노사간에 타협을 이뤄내야 함에도 툭하면 정부를 개입시켜 사태를 해결하려 할 뿐만 아니라 기업규제를 상당폭 완화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측이 요구한 집단소송제 도입을 거부하고 있는 데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노동부는 현재 전국 160여개 사업장에서 노사 쟁의조정이 진행되고 있으나 이 가운데 27개 대학병원들을 제외하면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국가경제에 크게 영향을 미칠 사업장은 별로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대한항공 노조가 참여할 경우 상징적인 의미나 효과 면에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한편 노동부는 노동계 총파업에 대비해 본부 및 전국 관서에 비상근무체제를 지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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