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 촉구 8차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 구명조끼를 입은 시민들이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총리공관 방향으로 행진했다. 정기훈 기자
▲ 촛불을 든 시민들이 총리공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 한 가족이 본집회가 끝난 뒤 세월호 관련 영상을 바라보고 있다. 정기훈 기자

촛불민심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넘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사퇴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인용 촉구로 나아갔다. 행진 대열도 청와대와 총리공관, 헌법재판소로 향했다.

1천500여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구성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지난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 공범처벌·적폐청산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10월29일 첫 집회 이후 켜진 8번째 촛불이다.

서울 외에도 부산·광주·대구·대전을 포함한 전국 곳곳에서 촛불이 타올랐다. 서울 광화문 65만명을 포함해 전국에서 77만1천750명이 촛불을 들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데다, 두 달째 이어진 행사로 피로가 누적됐음에도 적지 않은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치지 않는 "박근혜 즉각 퇴진" 목소리

서울 광화문의 핵심 구호는 예상대로 "박근혜 즉각 퇴진"이었다. 서울 광화문에 모인 시민들은 촛불과 '박근혜 퇴진'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하야가'를 부르며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본행사 사회를 본 정혜경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촛불은 100만명, 200만명 넘어 연인원 1천만명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촛불에 모인 국민의 뜻은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이라고 외쳤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헌법과 법률 위반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국민의 요구는 “헌법재판소가 하루속히 탄핵심판을 인용해야 한다”로 모아졌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탄핵사유를 하나도 인정할 수 없다고 적시했다는데, 기가 막힐 일”이라며 “박근혜 일당이 사법부에 마수를 뻗치지 못하도록 우리 모두가 두 눈 부릅뜨고 헌재를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황교안 권한대행이 대통령 흉내 내기를 하면서 박근혜 친위내각 역할을 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탄핵당할 때 국무총리도 함께 탄핵당한 것과 마찬가지인 만큼 황 권한대행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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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회 참가자들이 세월호 추모 영상을 보면서 울고 있다. <정기훈 기자>

세월호 유족들 구명조끼 입고 총리공관 향해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5시부터 1시간30분에 걸쳐 행사를 한 뒤 청와대와 총리공관, 헌법재판소로 행진했다. 경복궁 쪽에 있던 대오가 청와대를 향해 먼저 행진을 시작했고 세월호 유족들은 구명조끼를 입은 304명과 함께 총리공관으로 향하면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가로막고 국정농단을 방조한 황교안은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헌법재판소를 향한 대오는 광화문 사거리에서 종로 방향으로 가다가 인사동 낙원상가를 거쳐 안국역 4번 출구 앞에 이른 후 도로를 점검한 채 집회를 열었다. 법원은 이날 헌법재판소에서 100미터 거리에 있는 안국역 앞 집회와 행진을 허용했다.

경찰은 안국역 사거리 일대와 지하철역 입구를 봉쇄하고 대오를 막았다. 집회 참가자들은 “탄핵심판 빨리하라. 헌법재판소는 탄핵을 인용하라” 같은 요구를 외치면서 1시간가량 집회를 이어 갔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이와 함께 △정경유착 재벌총수 구속·전경련 해체 △성과연봉제·저성과자 퇴출제 등 노동개악 중단 △박근혜 공범 부역자 처벌·새누리당 해체를 촉구했다.

이날 집회와 행진에서도 시위대와 경찰 간 마찰은 없었다. 그럼에도 경찰은 본행사 시작 전 광화문광장 양쪽 도로에 차벽을 세워 시민들의 광장 진입을 막았다.

시민들이 겨우 한 명이 지나갈 만한 전경차 틈을 비집고 광화문광장에 들어가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오후 5시가 가까워지면서 집회 참가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항의가 빗발쳤다. 경찰은 그제서야 차벽을 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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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내각 총사퇴 구호가 넘쳤다. 횃불을 든 참가자들이 총리공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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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촛불집회 찾은 대선주자들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광주·대구·대전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도 촛불집회가 열렸다. 박근혜 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부산진구 서면 중앙로에서 시민 2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7차 부산시국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 즉각 퇴진과 황 권한대행 사퇴를 요구하면서 부산시내를 행진했다.

광주 금남로에서는 시민 3만여명이 모여 8차 광주시국촛불대회를 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전남 일대 16개 시·군 지역에서도 촛불집회가 열렸다.

대전 서구 타임월드 앞에서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시민 1만여명이, 울산 롯데백화점 광장에서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시민 7천여명이 모여 촛불집회를 했다. 주최측은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를 비롯해 세종·강원·제주 등 전국에서 12만1천750명이 촛불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집계했다.

비상국민행동은 24일 성탄절 전야와 31일 섣달그믐에도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박정희 대통령·육영수 여사 숭모회 등 50여개 단체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소속 회원 3만여명(경찰 추산)이 이날 오전 헌법재판소 인근인 안국역 앞에서 탄핵심판 청구 기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바람이 불면 촛불은 꺼진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과 같은 당 이우현 의원이 참석해 지지발언을 했다. 행진 과정에서 탄핵찬성 집회에 참가하려고 이동하던 시민들과 고성이 오가는 말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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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 구치소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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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복 차림과 '남산방식 조사' 등 피켓 내용을 두고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정기훈 기자>
▲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노래하는 시민들.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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