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호텔 창립 50주년을 맞아 세종호텔 노동자들이 호텔측의 노조탄압·노동조건 후퇴에 맞서 새로운 투쟁을 모색하고 있다. 세종호텔노조

호텔은 인력 중심 서비스산업이다. 화려한 호텔 이면에 노동자들의 '그림자 노동'이 있다. 호텔 서비스 최전방에 있지만 좀체 드러나지 않는 그들.

18일 노동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창립 50주년을 맞은 세종호텔에서 노동자들의 투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세종호텔이 '복수노조 악용법' 교과서로 불리기 때문이다.

2011년 복수노조 허용으로 시작된 세종호텔노조의 투쟁은 5년간 계속됐고, 노조는 철저하게 무력화됐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2011년 7월1일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됐다. 바로 그날 세종호텔에 세종연합노조라는 기업노조가 설립됐다. 세종호텔에는 조합원 207명이 가입한 민주노총 소속 세종호텔노조가 활동하고 있었다.

호텔측은 기다렸다는 듯이 새 노조에 사무실을 제공하고, 조합비를 쉽게 걷을 수 있도록 편의를 봐 줬다. 기업노조 설립 10일 만에 120여명이 가입했다. 모두 세종호텔노조에서 이탈한 조합원들이었다.

◇복수노조 설립 이은 교섭권 박탈=새 노조가 생기자마자 호텔측은 세종호텔노조와 진행하던 임금교섭을 중단했다. 교섭창구 단일화를 이유로 댔다. 이어 과반수가 넘는 새 노조를 교섭대표노조로 공고했다.

기존 노조는 복수노조 허용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일 당시 교섭 중이었다. 당연히 교섭대표권은 기존 노조에 있었다. 그럼에도 호텔측은 "고용노동부 지침을 따랐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노동부는 개정 노조법 시행일을 법이 개정된 2010년 1월1일로 해석했다. 시행일 논란은 법정으로 갔고, 법원은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그해 말 교섭이 재개됐다. 해를 넘긴 교섭에서 노사 만남은 단 두 차례에 그쳤다. 노조는 2012년 1~2월 38일간 파업을 했다.

호텔측은 파업 참여 조합원에 대한 징계 금지를 약속했지만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 외려 2012년 노조 파업에 참여한 유일한 비정규직 조합원을 계약해지했다. "계약직으로 입사해 1년이면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단체협약은 휴지 조각이 됐다.

뒤로는 물리적 압력을 가했다. 호텔측은 세종호텔노조 조합원만 전보배치를 하거나 업무를 외주화했다. 노조 탈퇴를 종용해 부당노동행위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207명이었던 조합원은 이달 현재 12명으로 감소했다. 노조는 "조합원에 대한 부당한 인사발령과 지속적인 노조 탄압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당시 노조위원장이었던 김상진씨는 “회사는 ‘얼굴에 미소가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비정규 노동자를 해고했지만, 진짜 이유는 파업 참여”라며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함께 파업한 것이 못마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 역시 지난해 인사명령 거부로 해고됐다.

노조는 "해고자·강제전보·성과연봉제·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자"며 호텔측에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호텔측은 “교섭대표노조(세종연합노조)를 두고 별도의 논의를 하는 것는 노조법상 맞지 않다”며 거부했다.

◇정규직 강제퇴출, 비정규직으로 채워=세종호텔노조가 수세에 몰리는 동안 호텔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호텔과 세종연합노조는 2013년부터 4년째 임금동결에 합의했다. 2013년에는 과장급, 지난해에는 계장급 직원으로 성과연봉제 적용대상을 확대하며 연봉을 삭감했다. 지난달부터는 전 직원에게 성과연봉제를 적용하고 있다.

구조조정도 잇따랐다. 세종호텔노조에 따르면 2014년 계장급 이상 직원 23명이 퇴출됐고, 지난해에는 5년 이상 근속 직원 29명이 회사를 나갔다. 5년 전만 해도 250명에 가깝던 정규직은 13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빈자리는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다.

한편 지난 17일 세종호텔노조 노동자들과 ‘세종호텔 50년, 당신의 노고에 큰 박수를! 준비위원회’는 세종호텔 창립 50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열었다. 호텔노동자들은 작업복인 앞치마와 나비넥타이를 하고 퍼포먼스를 했다. 이달 14일에는 토론회를 갖고 호텔노동자들의 고단한 노동을 세상에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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