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비정규 노동자들을 위한 학생모임 빗소리는 13일 '비학생조교 고용안정 촉구 서울대 3천270인 선언식'을 개최했다. 이은영 기자

박지애(38)씨는 서울대 자연대 생명과학부 비학생조교다. 비학생조교는 석·박사 과정을 병행하지 않고 조교업무에만 전념하는 직원이다. 박씨는 2006년 입사한 뒤로 11년째 1년 단위 계약서를 썼다. 야근을 해도 시간외수당이 없었고, 아기를 낳았을 때도 육아휴직을 못 갔다. 그는 “부당하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10년을 보냈다”며 “재계약 시즌에는 일을 더 해야 살아남을 것 같아서 하나를 시키면 둘을 하고, 셋을 했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11년차 계약직인 박씨에게 계약을 추가로 연장하지 않겠다고 예고했다. 서울대는 2012년 법인화 과정에서 조교 인사규정을 만들어 통상임용 기간을 행정직 5년, 실험직 7년으로 정했다. 실험 조교인 박씨는 계약만료까지 3년 남았다.

서울대에는 253명의 비학생조교가 있다. 내년에는 조교 인사규정에 따른 계약해지자가 처음 나온다. 대학쪽은 내년에 근무기간 5년이 되는 70여명의 비학생조교에게 임용기간 만료 예정 통보를 보냈다. 나머지 인원도 근무기간 만료에 따라 차례로 계약을 해지한다는 입장이다.

비판 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내 비정규 노동자들을 위한 학생모임 빗소리는 13일 ‘비학생조교 고용안정 촉구 서울대 3천270인 선언식’을 갖고 “위법한 해고를 자행하는 학교는 우리에게 부끄러움만을 준다”며 비학생조교의 고용안정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2013학번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오효정씨는 “학교는 오랜 시간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일한 조교들의 노력을 부정하고 있지만, 우리는 서울대 구성원이자 우리 가족인 비학생조교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선언식에 참석한 박씨는 “학교를 상대로 투쟁하면서 학생과 교직원들 응원 덕에 힘을 얻고 있다”며 “비학생조교의 고용보장은 법으로 보장된 당연한 권리”라고 말했다.

비학생조교 고용안정촉구 서명에는 학부생·대학원생·졸업생·교직원 등 모두 3천270명이 참여했다. 서명지는 14일 오후 연구부총장과 사무국장에게 전달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