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심판은 이미 내려졌다. 오늘로 예정된 국회 탄핵투표는 사후적 절차에 해당한다. 국민은 사실상 박 대통령을 탄핵했기 때문이다.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는 국민의 준엄한 목소리에 당연히 화답해야 한다. 국회는 탄핵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대통령이 검찰로부터 ‘피의자’로 기소된 초유의 사건이다. ‘박근혜 게이트’ 참상에서 드러났듯이 박 대통령의 범죄혐의는 직권남용죄·국가기밀누설죄 등으로 나타났다.

야 3당이 발의한 탄핵소추안에는 박 대통령의 범죄혐의가 그대로 적시됐다. 여기에는 세월호 참사 관련 사항도 포함됐다. 탄핵소추안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국가 재난과 위기상황(세월호 참사)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헌법 10조인 국민의 생명권 보장 조항을 위배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새누리당 비박계열 의원들은 탄핵소추안에서 ‘세월호 7시간’ 관련 사항을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핵열차에 더 많은 새누리당 의원을 탑승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최근 드러난 정황만 보더라도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탄핵소추안에서 이러한 헌법 위배사항을 뺀다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유는 줄일 이유도 없으며 되레 추가해야 한다. 최근 전국교직원노조 사례를 고려하면 박 대통령의 헌법 위배사항은 늘어난다.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따르면 청와대는 전교조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를 직접 기획하고 개입했다. '전교조 죽이기'에서 청와대는 주연이었고, 고용노동부와 교육부는 조연이었던 셈이다. 정부가 2014년 6월19일 전교조에 대한 1심 판결에서 승소하자 김기춘 청와대 전 비서실장은 “긴 프로세스 끝에 얻은 성과”라고 자화자찬했다. 청와대가 전교조를 대상으로 이토록 집요한 집념을 발휘한 까닭이 무엇일까.

전교조가 ‘노조 아님’ 통보를 받은 것은 2013년 10월24일이다. 고용노동부는 전교조의 해고자 규약을 문제 삼아 시정요구를 했고, 노조가 이를 거부하자 노조 아님을 결정했다. 정부는 99년 7월 합법화된 전교조를 14년 만에 법외노조로 전락시켰다.

정부와 일부 언론은 조합원총회에서 규약개정을 거부한 전교조가 자초한 일이라고 규정했다. 조합원 범위에서 해고자를 제외하면 될 일을 전교조가 거부했다는 얘기다. 노동조합은 자주적 결사체이고, 해고자 노조가입 여부는 노조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상식은 거론조차 할 수 없었다. 일각에선 2013년 8월 김기춘 비서실장이 임명된 이후 ‘전교조 죽이기’로 정부 기류가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인터넷 댓글과 관련된 대선 부정선거 수사로 몰릴 대로 몰린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통합진보당 해산과 전교조 죽이기를 계기로 반전을 꾀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 해다 보니 이것은 확인할 수 없었고, 소문으로만 치부됐다.

김영한 민정수석 비망록이 공개되면서 이러한 정황은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당시 청와대는 ‘2대 과제’로 통합진보당 해산과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지목했다. 김영한 민정수석은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이 번갈아 가며 지시한 사항을 비망록으로 남겼다. 김 비서실장은 이러한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노동부와 교육부에 지원을 종용하고, 법원을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교조를 ‘좌파’로 규정하고 색깔론과 종북몰이를 하는 데 박 대통령과 김 비서실장이 몰두했다는 얘기다. 이를 고려하면 박 대통령과 김 비서실장은 애초 전교조를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해고자를 문제 삼아 합법성 여부를 따졌던 노동부의 행보도 박 대통령과 김 비서실장이 마련한 프로세스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김영한 민정수석 비망록에 나타난 박 대통령의 전교조 죽이기와 관련된 지시는 분명한 '헌법 위배'다. 대한민국 헌법 33조에는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노동 3권이 명시돼 있다. 노동 3권은 노동자 권익과 노동조건 향상을 위해 헌법으로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박 대통령은 전교조 죽이기를 직접 지시하면서 헌법을 위배했다. 이것은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 국회가 탄핵 사유를 추가해야 할 까닭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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