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STEP DOWN PARK, GEUN HYE!"
"STEP DOWN LABOR MINISTER!"

7일 오후 제16차 국제노동기구(ILO) 아태총회 본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 컨벤션센터에서 낯익은 구호가 적인 손피켓이 등장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기조연설 중 양대 노총 관계자들이 한글과 영문으로 된 "박근혜 퇴진" "노동부 장관 퇴진" 손피켓을 드는 항의 퍼포먼스를 한 것이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FREE HAN, SANG-GYUN(한상균 석방)" 피켓을,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최근 촛불집회 현장에서 시민들이 가장 많이 든 "박근혜 퇴진" 피켓을 들었다. 이들의 손피켓 퍼포먼스는 현장 대형화면으로 중계됐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한국노총 관계자는 "국제노동계 인사들이 한국에서 벌어지는 박근혜 게이트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나타냈다"며 "이 와중에 철 지난 노동개혁을 주장한 이기권 장관은 뻔뻔하기 그지없다"고 꼬집었다.

◇이 와중에 노동개혁 포장 급급한 노동부=9일까지 열리는 ILO 아태총회에 참석 중인 이 장관과 김동만 위원장은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놓고 맞붙었다. 정부를 대표해 기조연설에 나선 이 장관은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정책"으로 노동개혁을 포장한 반면 노동계를 대표해 기조연설에 나선 김 위원장은 "노사자치를 훼손하는 노동개악"으로 규정했다.

이 장관은 "한국은 기업 투자를 유인하고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임금체계를 성과·직무급 형태로 개편해 나가고 있고, 정부는 다양한 컨설팅을 지원하고 공공부문이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채용·훈련·보상·퇴직 관리 등 인력운용을 능력과 성과 중심으로 하도록 민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대·중소기업 간 격차를 해소하고 취약근로자 보호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한국 정부의 노동탄압과 노동개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헌법과 근로기준법을 무시하고 저성과자 해고를 일방적 지침으로 시행하는 행정독재를 일삼고 있다"며 "공공·금융부문 성과연봉제 강제도입, 민간 단체협약에 대한 개입 등 노사자치를 크게 훼손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는 노동개악에 맞서 투쟁했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5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하고, 평화적 시위에 참가한 선량한 시민에게 물대포를 발사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폭거를 저질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이어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시민과 노동자들의 투쟁 의미를 설명하며 국제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한국 사회는 현직 대통령과 그 측근의 부패와 타락, 도덕적 해이, 뿌리 깊은 정경유착으로 총체적 위기에 처해 있으며, 한국 국민과 노동자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총궐기 투쟁에 돌입했다"며 "한국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에 강력한 지지와 연대를 보내 달라"고 말했다.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 "한국 정부 일방적 노동정책 우려"=국제노동계도 화답했다. 펠릭스 안토니 국제노총 아태위원장은 이기권 장관 앞에서 한상균 위원장 구속과 한국의 노동기본권 상황을 우려하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김동만 위원장과 이상진 부위원장을 면담한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은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형사처벌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고, 이미 한국 정부에도 우려를 전했다"며 "한 위원장의 석방을 기대하고 있으며, 12월13일 고등법원 선고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다시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ILO는 한국 정부의 일방적 임금체계 개편, 단체교섭 개입에 우려하고 있다"며 "정치적 변화의 상황에서 한국 사회가 노동기본권이 전면 보장되는 사회로 변화하도록 ILO가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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