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이 담긴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정희 전 대표를 비롯한 옛 통합진보당 인사들은 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의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통합진보당을 강제로 해산시키기 위해 삼권분립 원칙마저 어겼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오병윤·이상규·김선동·김미희·김재연 전 의원이 참석했다.

이 전 대표는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에 의해 2014년 10월 김기춘 전 실장이 '통진당 해산 판결-연내 선고'를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2주일 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연내 당 해산 심판결정을 하겠다고 국회의원들에게 말했고, 선고기일이 통보되기 20일 전 이미 청와대는 해산 결정 뒤 지방의원 지위 박탈 문제를 선거관리위원회와 논의했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 지시대로 선고기일이 정해지고 청와대 주문대로 당 강제해산 결정이 내려졌다는 얘기다.

실제 2014년 8월25일 김 전 수석이 비망록에 남긴 글에는 "통진당 사건 관련 지원방안 마련 시행"과 함께 "재판진행상황, 법무부 TF와 협력"과 "홍보·여론"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같은해 11월25일자 비망록에는 "헌재 재판- 여론전, 활동방향정립(시민사회 활동)"이라고 썼다. 어버이연합 같은 극우단체들을 활용해 여론전을 펼치라는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그해 12월11일자에는 "새정연, 통진당 해산 반대-새누리 반박 준비"라고 명시돼 있다. 새누리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비롯한 당 공식회의에서 문재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 대한 비난을 쏟아 냈다. 청와대가 새누리당에 지시하면, 새누리당이 이를 실행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이 전 대표는 "통합진보당 해산은 청와대가 기획하고 극우단체부터 집권여당까지 총동원한 정치보복"이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전 실장은 대통령 마음에 들지 않는 정당을 없애려고 벌인 민주 파괴행위를 자백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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