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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연동형 비례대표제 없으면 수백만 촛불 도로아미타불 될 수도"
양우람  |  against@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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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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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훈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기회로 여기는 인물이 있다. 대한민국의 적폐가 속속 드러나고, 수백만개의 촛불이 광장을 뒤덮는 상황에서 국가의 근간을 바로 세우자고 주장한다. 도구는 선거제도 개혁이다.

하승수(48·사진)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개혁의 지향점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했다. 그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민의를 왜곡하는 양당 독식과 재벌의 정치 개입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례민주주의연대의 전신은 2011년 설립된 옛 비례대표제포럼이다. 전문가들을 넘어 대중을 상대로 정치개혁 운동을 하기 위해 올해 이름을 바꿨다. 본격적인 활동을 앞두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서교동 본지 사무실에서 하승수 공동대표를 만났다. 꼭 지금이어야만 하는 까닭과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를 물었다.

"박근혜·최순실이 준 기회"

- 지금이 선거제도 개혁의 적기라고 주장하는 까닭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나라 전체가 혼란스럽다. 하지만 그로 인해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 안엔 대통령 한 사람을 바꿀 게 아니라 이참에 ‘판을 엎자’는 열망도 있다. 알고 보니 지금껏 살아왔던 대한민국이 전혀 민주적인 국가가 아니었다는 것을 시민들이 절실히 느끼고 있는 것이다. 판갈이를 하려면 정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핵심은 선거제도 개혁이다.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는 그런 점에서 기회일 수 있다. 어쨌든 크게 바꿔야 한다, 시스템을 갈아엎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극에 달한 상태다. 지금이 기회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수백만개의 촛불이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2014년 10월 헌법재판소는 현행 선거제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기존 선거구 인구편차를 3대 1에서 2대 1 수준으로 떨어뜨리라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초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나누는 선거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당시 선거제도 개혁의 적기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20대 총선은 되레 비례대표가 줄어들고 지역구 의석이 늘어난 상태로 치러졌다.

- 지난해 국회 정치개혁 논의가 실패로 끝났는데.

“중앙선관위가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제안했다. 옛 비례대표제포럼을 포함해 ‘이번에는 바뀌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중앙선관위 제안에 환호했다. 문제는 제도가 바뀌면 삶이 달라질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잘 몰랐다는 점이다. 여론을 만들지 못했다. 여러 단체가 국회에 압박을 가했지만 결국 기성 정당 이해득실에 맞춰 총선이 치러져 버렸다. 선진적인 선거제도를 운영하는 국가 중 정당 스스로 개혁을 한 곳은 없다. 대중운동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 현행 선거제도에 어떤 문제점이 있나.

“노동자·농민·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표가 사라진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8년 총선에서 37.5%의 정당 득표율로 과반이 넘는 153석을 차지했다. 지역에서 1등만 차지하면 국회로 가는 소선거구제 탓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는 사회적 약자들이 국회에 진출할 수가 없다. 민의가 왜곡된다. 국회는 대표성을 확보하기 힘들다.

지금의 선거제도는 양당 체제를 고착화시킨다. 올해 총선에서는 양상이 조금 바뀌었지만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양당 체제는 극단적인 정치를 부른다. 예컨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같은 것은 다당제 체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정책이다. 40% 아래 정당 지지율로 둘 중 하나의 정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겨우 몇 퍼센트 차이로 대통령이 갈린다. 양당 체제에서는 국가 운영 기조나 정책의 연속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대안이다.”

"노동자 정치 제도화하고 재벌 정치 끝장내야"

-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전체 의석수를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제도다. 투표 방식은 지금과 똑같다. 유권자 1명이 지역 출마자에게 1표, 정당에 1표를 행사한다. 그런 다음 각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한다. 전체 의석을 100석이라고 가정해 보자. A당이 선거에서 30%의 정당 득표율을 얻어 30석을 확보했다. 그리고 A당 후보로 지역구에 출마한 사람 중 20명이 당선했다. 그러면 A정당의 전체 의석수 30석 중 지역구는 20석, 비례대표는 10석이 된다. 지역구 선거도 병행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자기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을 국회로 보낼 수 있다.”

- 제도가 바뀌면 어떤 장점이 있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당제 정치를 낳는다. 지금은 거대 양당이 돌아가면서 정권을 잡는다. 정권을 잡은 정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면 모든 걸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다당제가 들어서면 정당들이 표를 얻기 위해 정책으로 경쟁한다. 정책으로 유권자에게 호소한다. 한 정당이 독주를 못하니까 다양한 정당의 연립정부가 구성된다. 다당제로 정치가 불안해지는 것인가 하는 우려도 있는데, 그 반대다. 양당제 국가인 우리나라와 미국의 경우 어느 쪽이 권력을 잡느냐에 따라 정치 지형이 완전히 달라지지 않나.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정당들이 국회에 들어가면서 노동자와 약자들의 목소리를 정치에 깊숙이 반영할 수 있다. 복지와 관련한 정책들은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다. 무엇보다 재벌 정치의 영향력이 감소한다. 특정 정당에 로비를 해 봐야 소용이 없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핀란드·뉴질랜드·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 같은 나라들은 모두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의회를 구성한다.”

"한국형 선거제도개혁시민연합 조직할 것"

- 모델로 삼아야 할 곳이 있다면.

“뉴질랜드다. 뉴질랜드는 원래 노동당과 국민당 양당 체제였다. 그런데 노동당이 집권하는 동안 오히려 신자유주의가 활개를 쳤다.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당이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1980년대 뉴질랜드 선거제도개혁시민연합이 조직됐다. 광범위한 대중운동이 이어졋다. 그 결과 93년 국민투표를 했다. 53%의 국민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찬성했다. 이후 뉴질랜드의 최저임금이 급격히 올랐다. 노조 지위를 강화하는 노동관계법이 의회를 통과했다. 민영화 정책이 중단됐다. 저소득층에 각종 수당이 도입됐고, 부자는 세금을 더 많이 내게 됐다.”

- 정치권에서 불거진 개헌 논란을 어떻게 보나.

“뭘 하든 선거제도 개혁이 우선이다. 80년대 영국이 우리나라와 같은 선거제도로 의원내각제를 했다. 마거릿 대처가 12년을 집권하면서 노조가 파괴됐고, 공공부문은 민영화됐다.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갈수록 악화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없애겠다고 헌법만 바꾸면 어떻게 되겠나. 제왕적 총리제가 탄생한다.”

- 비례민주주의연대 활동계획을 소개한다면.

“양당 체제에서는 정치권 스스로가 개혁에 나서지 않는다. 여론을 등에 업은 대중운동이 필요하다. 그동안 전문가와 정치인 위주로 활동해 온 측면이 있다. 대중 속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양대 노총을 포함해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와 손을 잡겠다. 뉴질랜드 선거제도개혁시민연합을 한국에 만들겠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있다. 촛불 민심을 모아 유력 대선후보에게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할 것이다. 대중운동을 통해 2020년 차기 총선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치러지도록 만들겠다.”

비례민주주의연대는 7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30호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선거제도’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한국노총·민주노총·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한비네)가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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