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30일 저녁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 회관에서 열린 '함께노동포럼' 출범식에서 초청강연을 하고 있다. 배혜정 기자
▲ 배혜정 기자

"박근혜는 좋은 말 할 때 내려오니라!"
"노동이 존중받는 나라 건설!"
"함께 즐겁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
"파란 기와집 접수!"

지난달 30일 저녁 '함께노동포럼' 출범식이 열린 서울 서초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관 1층 컨벤션홀 입구 벽면에 알록달록한 메모지가 빽빽하게 붙었다. 비선실세 국정농단의 몸통으로 지목된 '피의자'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분노의 메시지도 있었지만 '박근혜 정권 이후'를 내다보며 쓴 희망의 메시지가 대부분이었다.

그중에는 "우리(나)의 희망원순이 파이팅"이라거나 "함께 꿈꾸는 세상을 이끄는 지도자, 이제 대통령으로 나서 주세요" 등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한 팬레터급 '소원지'도 눈에 띄었다. 고영수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무직지부 광진구청지회장은 "박원순 시장은 '노동 박씨'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면 노동자를 위해 충분히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99% 민중의 눈물 닦아 줄 새 지도자 세워야"=함께노동포럼은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과 '노동중심 사람중심 새 국가 건설'에 공감하는 노동자들이 만든 조직이다. 양대 노총 산별조직에서 활동하고 있거나 몸담았던 전·현직 활동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출범식에는 청소노동자·요양보호사·가사노동자·지하철 승무원·택시기사·버스기사·건설노동자를 비롯한 500여명의 노동자들이 한목소리로 "박근혜 퇴진"과 "노동존중 사회 건설"을 다짐했다.

포럼에 참여하고 있는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지역·업종·조직형태를 묻지 않고 노동자 이름으로 모인 이유는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고 노동존중·인간중심의 새 나라를 세워야 하기 때문"이라며 "하늘이 우리에게 준 골든타임에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은 건강한 시민으로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완강한 투쟁으로 헌법을 위반하고 대통령이길 포기한 박근혜를 끌어내리고, 새 시대를 만드는 일에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며 "99% 민중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는 새로운 지도자를 찾아 올바르게 세워 내자"고 호소했다.

포럼 관계자는 "각 조직의 의견을 모아 다양한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공동대표 체제로 포럼을 운영할 것"이라며 "운영과 집행을 위한 조직체계도 각 조직의 의견을 모아 구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원순 시장 "정부·노조 찰떡궁합 돼 국가개혁 추진하자"=출범식에 이어 열린 박원순 서울시장 초청강연은 마치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할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박 시장은 야권 대선주자로 꼽힌다.

박 시장은 우선 헌법 제1조를 참가자들과 함께 소리 내어 읽은 뒤 "대한민국 주권자로서 노동자들은 그만한 예우를 받아 왔냐"고 반문했다. 그는 "노동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려면 무엇보다 소수 독점재벌 체제를 깨트려야 한다"며 "재벌이 600조원이 넘는 부를 창고에 쌓아 둘 때 국민은 1천300조원의 무거운 부채를 짊어지고 고통의 강을 건너고 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어 "정상적인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노동이 강화돼야 한다"며 "노조 조직률과 가입률이 높을수록 국민이 행복하고 국가경쟁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앞으로 탄생할 대한민국 정부는 친노동자 정권이어야 한다"며 "정부와 노조가 찰떡궁합이 돼 국가 개혁정책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연 중간마다 참석자 사이에서 "옳소"라거나 "박원순 시장이 하면 된다"는 지지 목소리가 나왔다. 한 참석자가 "만약 푸른 기와집에 간다면 양대 노총 위원장은 물론 조그만 사업장의 위원장들과 연중 한 번이라도 간담회를 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박 시장은 "매일 만나려고 하는데 왜 연중 한 번으로 줄이려고 하느냐"고 답해 박수를 받았다.

박 시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퇴진시켜 친노동 정권을 세우고, 그 위에 다시 99%가 주인 되는 세상·국민주권 시대를 만들어 내자"며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쳐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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