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9일 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최순실씨 사건에서 자신은 책임이 없고,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문이 막힐 뿐이다.

담화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임기 단축을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거나 “결국에는 국회가 탄핵소추를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답답하다. 문언에는 그런 표현이 없지 않는가. 글자대로만 본다면 오직 헌법 개정이나 탄핵에만 의할 것이 아니라 형식과 절차에 관계없이 국회가 현 사태와 관련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다는 말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오늘이라도 “자진 퇴진”이라고 결의하면 대통령은 따라야 한다. 탄핵소추 절차나 임기 단축을 위한 헌법 개정은 필요 없다. 그러면 소추절차는 아예 개시할 수도 없다. 궐위된 대통령 자리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순위에 따르면 된다. 요건도 달리 없다. 일반의결정족수로도 충분하다. 재적 과반 출석에 출석자 과반 찬성.

“탄핵을 추진하면 현 총리가 대행을 하게 돼 불리하다”는 일각의 주장도 있다. 변명이자 궤변이다. 자신들의 입장일 뿐이다. 시민과 노동자 입장에서 현 상황이 지속되는 것보다 더 불리할 게 또 어디 있겠는가. 요컨대 헌법은 국회에 법률가 제도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그렇게나 불안하면 신속히 대안입법을 제정하면 된다. 이 또한 일반의결정족수면 충분하다.

안타깝지만 사태는 이런 덜 수고로운 희망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듯하다. 국회는 탄핵소추와 탄핵심판 절차를 예고하고 있다. 막을 필요는 없다. 해야 한다. 그것도 신속하게. 다만 한다면 헌법과 법률에 따라 해야 하지 않겠나. 안타깝게도 탄핵에 관한 수많은 뉴스가 쏟아지지만 정작 정확한 정보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중 탄핵소추 사유에 대한 시민들의 오해가 가장 큰 것 같다. 형사상 처벌이 된 후에나 탄핵심판이 되지 않겠는가 하는 물음이다. 시중에는 대통령이 기소되더라도 형사처벌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더구나 헌법은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고 소추사유를 정하고 있다.

문언상으로는 헌법과 법률이 대등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법률이 아니라 헌법 위반 여부가 원칙적인 소추사유다. 법률은 헌법 정신을 구체적으로 구현한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반드시 법률 위반을 전제로만 소추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구체적인 법률은 없지만 기본권이나 헌법질서를 위반한 것만으로도 소추사유가 된다.

대통령에 대한 소추일 때에는 더욱더 실익이 있다. 헌법에서만 대통령의 지위 권한 의무와 책임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헌법 제69조)”가 바로 그것이다. 따지고 보면 대통령의 의무만을 정한 개별 법률도 달리 없지 않는가.

아마도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은 헌법전문에서 천명한 3·1 운동 정신을 파괴하였고 자유민주공화국의 근본을 훼손하였으며 자유시장 경제질서의 근간을 무너뜨렸다” 같은 이유를 설시할 것이다. 개별 법률 위반 여부는 따지지 않는다. 뇌물죄는 이후 법원이 판단할 몫이다. 탄핵결정이 피청구인의 민사상 또는 형사상 책임을 면제하지도 않는다(헌법재판소법 제54조1항).

국회는 더 이상 “탄핵 사유가 충분치 않다”거나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등의 핑계를 늘어놓지 말아야 한다. “이미 실기했다. 한 달 전에 시작했으면 이미 정리했을 수도 있다”는 한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국회 스스로 자신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당장 시민들과 노동자들의 저항정신을 높이 받들어야 한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