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총파업 수도권대회 참가자들이 서울광장 집회를 마치고 남대문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 서울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총파업 수도권대회 참가자들이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정기훈 기자

“박근혜를 구속하라.”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벌인 30일 오후 서울 도심 일대는 분노한 노동자들의 함성으로 들끓었다. 서울광장에 모인 2만여명의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자신의 퇴진일정을 여야 합의로 결정해 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에 대해 불복종을 천명했다. 검찰이 피의자로 규정한 대통령을 즉각 구속해 수사하라고 맞섰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광장을 비롯한 전국 16곳에서 파업대회를 열었다. 22만명의 조합원이 실제 근무를 거부하거나 연가 사용, 단체협약에 보장된 노조활동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파업에 나섰다. 대학생·상인·장애인 등 각계가 투쟁에 동참했다. 이들은 이날을 ‘시민불복종’의 날로 규정하고 “사과 따위는 필요 없으니 정경유착의 공범인 박근혜와 재벌을 즉각 구속하라”고 외쳤다.

최순실을 몰랐던 분노한 노동자들

이날 수도권지역 결의대회가 열린 서울광장 곳곳에서는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가계가 나빠진 노동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우부기 금속노조 하이디스지회 수석부지회장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모금함을 돌리며 투쟁기금을 받고 있었다. 우 수석부지회장과 그의 아내는 하이디스에서 만나 결혼까지 한 사내부부다. 지난해 하이디스 대주주인 대만 이잉크사가 광시야각 원천기술(FFS) 특허권 사업에 매진하겠다는 이유로 이천공장을 폐쇄하면서 20여년 동안 일한 회사에서 쫓겨났다.

지회는 공장폐쇄 중단과 고용보장을 요구하면 장기간 투쟁했다. 국회도 찾아갔고, 대만으로 원정투쟁도 다녀왔다. 하지만 외국계기업의 ‘먹튀’를 막을 수는 없었다. 우 수석부지회장은 “하이디스 먹튀를 막아 달라고 그렇게 호소했다”며 “이재용의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승계를 위해 국민연금 손해까지 감수하던 정부는 하이디스 먹튀는 방관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차라리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인) 최순실에게 찾아갔으면 하이디스 공장폐업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날 동맹휴업한 서울대 학생들도 민주노총 집회에 함께했다. 김민선 사범대 학생회장은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순응하며 대학생이 됐다”며 “청년들은 취업을 못하는 상황에서 재벌 곳간만 커지고 있는데, 더 이상 순응하며 살지는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촛불은 들불, 2016 민중항쟁 이제 시작”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각종 퍼포먼스가 눈길을 끌었다. 민주노총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대기업의 본사와 계열사를 에워싸며 정경유착을 규탄했다. 시민사회 활동가들은 청운효자동주민센터부터 세종문화회관 앞까지 인간띠 잇기 행사를 했다. 노점상들은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하루 동안 문을 닫았고, 중소상인들은 점포마다 ‘박근혜 대통령 하야’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였다.

이날 동맹휴업을 한 서울대에 이어 1일에는 인천대·인하대·부산대가 동맹휴업을 한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적인 퇴진 발표를 기다린 국민을 우롱하고 조롱했다”며 “오늘 총파업과 시민불복종은 박근혜 정권의 마지막 가는 길을 닦는 투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직무대행은 “우리의 투쟁이 항쟁에서 혁명으로 발전하고 있는 만큼 민주노총이 촛불항쟁을 일으켜 세상을 바꾸자”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박근혜의 즉각 퇴진을 비롯해 박근혜 정책의 전면 중단을 요구한다”며 노동개악 폐기, 한상균 위원장 석방, 재벌특혜 중단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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