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임원선거가 다음달 20일 치러지는 가운데 후보별 선거공보·포스터·정책공약집이 공개되면서 선거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29일 노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8일 수도권에 이어 이날 각 지역 지부선거관리위원회에 세 가지 종류의 인쇄물이 도착했다. 인쇄물을 근거로 각 후보의 선거 표어와 주요 공약을 소개한다.

◇“금융노동자여 경쟁을 멈추자”=기호 1번 허권 위원장 후보는 “금융노동자여 경쟁을 멈추자”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핵심 공약으로는 “33개 지부 대동단결로 강력한 산별 완성”을 제시했다.

금융노동자들이 성과연봉제나 임금피크제처럼 정부 노동정책 변경에 1순위로 노출되는 경우가 잦은 만큼 조직력을 강화해 이를 돌파하겠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노조 산하 33개 지부가 노조 정책본부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하고, 시중은행·지방은행·금융공기업·민주평등연대 등 분야별로 정책본부(팀)를 구성한다. 지방은행 발전을 위한 특별위원회도 설치한다.

조합원 생존권 사수를 위한 공약도 내놓았다. 세부적으로 △일방적 점포·인력 구조조정 저지 △조건 없는 65세 정년연장 △해고연봉제 및 저성과자 퇴출제 저지 △후선역 제도 폐지를 약속했다. 금융노동자 사이의 ‘경쟁’을 없애기 위해 핵심성과지표(KPI)를 폐지하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불완전판매를 조장하는 과도한 실적경쟁 방지대책을 강구한다. 아울러 조합원들의 노동강도 완화를 목표로 신규인력 채용 확대를 위한 산별 노사 대책기구를 설치한다.

감정노동 보호 강화를 위한 추진과제도 눈에 띈다. 감정노동 수당을 도입·확대하고, 블랙컨슈머 대응 관련 법률 제정을 추진한다. 관치금융을 철폐하는 한편 은행권 낙하산 인사 방지 법제화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을 개정해 금융공기업의 자율경영을 확보할 방침이다. 조직 내 차별 철폐를 위해 저임금직군 처우개선 특별기구를 꾸린다. 여성노동자 권익보호를 위해 위원장 직속 특별위원회를 설치한다. 허권 후보는 “금융노동자 생존권 사수와 살인적인 노동강도에 마침표를 찍겠다”고 말했다.

◇“현장과 함께 소통하는 노조”=기호 2번 김기철 위원장 후보의 선거 슬로건은 “현장과 함께 소통하는 금융노조”다. 핵심 공약은 “되찾자! 인간다운 삶”으로 요약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살인적 영업목표와 과당경쟁을 철폐하고, 야근·휴일 근로 근절과 점심시간 1시간 확보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채용 확대를 통해 영업현장 인력부족 현상을 해소하고 금융인공제회를 도입한다.

고용안정 공약에도 방점을 찍었다. 세부 과제로 △성과연봉제 저지 및 노동개악 원천봉쇄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개선 △비정규직 철폐 및 정규직 전환 △영업점 통폐합 저지를 약속했다. 금융노동자 징계기록 대사면과 재정취약 지부를 위한 희생자구제기금 확보 공약이 관심을 끈다.

금융기관의 공공성·자주성도 강화한다. 정부의 공공기관 예산통제를 차단하고 노사 자율권을 보장받겠다는 목표다. 정부·국회와 정책협의체를 만들어 정치역량을 강화하고, 공공기관운영법 개정과 노동이사제 도입도 공약했다. 낙하산 인사 금지 제도화에도 나선다.

노조 조직정비를 위한 과제도 내놓았다. 노조 내 4대 협의회별 비상임 부회장을 신설한다. 노조 선출직 임원의 지부 임원 겸직은 금지한다. 산별교섭 민주화를 위해 대대표교섭을 없애 전체교섭으로 전환하고, 투쟁사업장 지원전담팀을 신설할 계획이다. 여성과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는 △지역별 공동보육시설 신설 △성희롱 신고센터 운영 △승진·연수·채용시 여성할당제 정착화 △여성 보건휴가 의무화 △저임금직군에 대한 임금격차 해소와 복지 확대를 약속했다.

김기철 후보는 “영업현장의 피눈물을 외면하지 않고, 10만 조합원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선물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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