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벌써 다섯 번을 광화문에서 외쳤다. “박근혜는 물러나라.” 민중총궐기로 시작했던 대회는 언제가부터 국민행동으로 광화문에서 수십만, 수백만의 함성으로 외치고 있다.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신선했었던 구호, “사과 말고 하야하라”는 “박근혜 퇴진하라”를 지나, 지난 26일 5차 대회에서는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로 바뀌었다. 즉각 퇴진 말고는 낡은 구호가 돼 버렸다. 오늘은 이렇게 ‘하야가’가 어색하게 들리는 국민행동의 날이 됐다. 첫눈이 오던 11월26일, 광화문의, 전국의 광장과 거리에서 대한민국 국민은 주권자로서 거대하게 외쳤다. “박근혜 정권 퇴진하라. 새누리당은 해체하라. 재벌도 공범이다.” 150만 시민의 분노로 피워 낸 촛불은 단숨에 경복궁을 건너뛰어 불의한 권력의 집, 청와대를 태워 버릴 기세로 광화문에서 타올랐다. 박근혜와 최순실 일당을 넘어 부역자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및 재벌에 대해서까지 분노가 번져 가고 있다. 이 거대한 분노,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행동은 한국 현대사에 집회·시위의 역사를 쓰고 있다.

2. 분명히 거대한 분노의 바다였다. “박근혜는 물러가라”는 100만의 함성은 분명히 청와대까지 들리고도 남았다. 그 국민의 명령을 들었을 것이다. 그 명령에 따르겠다는 대답은 없었다. 여전히 청와대에서 대통령으로서 군림하고 있다.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는 지지율이 4%에 불과한 대통령이라고, 주권자 국민이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해도 여전히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버티고 있다. 대통령으로서 수습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니 박근혜의 무게는 광화문에서 분노한 100만명을 모두 합쳐도 모자란갑다. 이대로면 5천만 국민이 대통령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밝혀도 대통령 박근혜 1인의 의사를 꺾지 못하는 것이다.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고 대한민국 국민은 주권자로서 100만의 함성으로 광화문과 전국의 광장과 거리에서 또렷이 외쳤다. 주권자의 요구는 즉각 퇴진할 수는 없다고 하는, 대통령 박근혜의 권력 의지를 꺾지 못했다. 촛불을 피우고 몇백미터 거리에서 물러나라고 고함을 질러대도 그걸 듣지 않으니 별수 없이 국민은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국민은 권력을 꺾지 못했다. 경찰 차벽을 넘어 청와대에 몰려가 끌어내는 것, 그것은 국민의 행동은 아니었다. 지금 박근혜 퇴진을 위한 국민행동에서 할 국민의 행동은 아니었다. 경찰 차벽은 꽃 스티커를 붙였다 떼는 커다란 도화지여야 한다고, 축제의 집회이고 평화의 시위여야 하는 국민행동에서 경찰 저지선을 넘어 청와대로 돌진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것이었다. 오늘 국민행동에서 광화문에서의 분노는 100만으로 안 되면 다음에는 200만으로, 300만으로 외쳐야 할 일이었다. 분명히 집회·시위는 100만으로 거대한 것이지만 박근혜를 대통령에서 끌어내릴 정도의 것은 되지 못하고 있다. 의사표현의 자유인 집회·시위의 자유로는 수백만명이 외쳐도 그 말을 듣지 않는 권력을 끌어내릴 수 없다. 해산한다는 주최측의 말을 듣고서 국민은 그걸 확인하면서 광화문광장을 떠나간다. 분노했던 광장과 거리에서 쓰레기가 돼 버린 피켓과 유인물을 치우고는 돌아갈 수밖에 없다. 5차례에 걸친 국민행동은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100만이 함께 외쳤다는 것으로 분명히 한국 현대사에 위대하게 대규모로 기록됐다. 하지만 그것은 의사표현이었다.

3. 오는 11월30일, 또 다른 국민행동이 예고됐다. “박근혜 즉각 퇴진”이라는 단 하나의 요구로 총파업과 시민불복종에 돌입한다고 예고됐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들은 총파업을 하고, 시민들은 권력에 불복종 투쟁을 시작한다고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28일 선언했다. 이번 사태는 대통령 박근혜와 최순실 등 그 일당에 의해서만은 아니었다. 그들과 함께 공모하고, 수행한 세력이 있었기에 그들의 범죄행위는 가능했다. 정치검찰과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 언론과 재벌자본이 공범, 나아가 공동정범으로 얽혀 있다. 헬조선은 단지 대통령 박근혜가 최순실의 기획에 따라 권력을 행사하는 것만으로 온 것이 아니다. 정규직의 고용 유연화, 성과주의 임금제로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파견제 등 확대로 비정규직을 확대하려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안은 전경련을 앞세운 재벌 자본의 요구를 받아안은 박근혜 정권의 노동정책이었다. 정규직의 노동조건을 끌어내려 비정규직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박근혜 정권의 노동정책이야말로 노동자뿐만 아니라 장차 노동자가 될 청년을 절망에 빠트렸다. 재벌자본은 수백조원의 사내유보금을 쌓아 두고서도 임금피크제·성과퇴출제, 희망퇴직 및 명예퇴직 실시 등으로 임금·고용 같은 노동자권리를 삭감하는 데 혈안이고, 고용을 창출하려는 대규모 투자도 하지 않았다. 이 나라의 재화는 재벌의 곳간에 쌓아 두고서 도대체가 고용을 창출하고 임금 등 노동조건을 향상하는 데에는 사용되지 않았다.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지엠회장의 부탁을 2013년 5월 초 미국 순방 중에 받고서 박근혜 대통령은 그러마 했다고 언론에 보도되고서 2개월 만에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재판부로 회부해서 그해 12월18일 전원합의체 판결로 회사 경영상태를 어렵게 한다면 신의칙 위반이라는 황당한 법리로 노동자들의 청구를 파기 환송해 버렸다. 거기다 판시한 통상임금 요건은 많은 임금항목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했다. 정년연장법 시행에 따라 임금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성과연봉제 등 성과주의 임금제도와 일반해고 등 성과퇴출제를 도입하도록 고용노동부는 매뉴얼로 안내했다. 노사정위원회는 마지막까지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안에 합의하도록 노동자대표를 압박하는 기구에 지나지 않았다. 고용·임금 등 노동자권리를 위한 일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노동자권리를 삭감하겠다고 작정하고서 달려온 박근혜 정권의 지난 4년이었다. 고용·임금 등 노동조건이 약화되니 이 나라는 헬조선이 될 수밖에 없었다. 헬조선의 노동정책은 재벌자본을 위한 것이었다. 철저히 재벌자본에 바쳐진 노동자권리 삭감이었다. 구체적인 공모·협잡 행위들이 권력과 자본의 추잡한 거래로 이번 사태에서 폭로되고 있다. 그리고 박근혜 일당은 헌법을 짓밟고 국가 대한민국을 농락했다. 더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일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무참하게 농락했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는 더는 수치스러울 수 없을 정도로 수치스러운 행위들이 날마다 폭로되고 있다.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고 외쳐야 살 수 있는 날이 국민에게 닥쳤다. 그리고 광화문에서, 전국의 광장과 거리에서 박근혜는 물러나라고 집회·시위를 했다. 역사적인 규모로 100만이 넘는 대규모로 주권자로서 대한민국 국민은 요구했다. 그런데 대통령 박근혜는 대통령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할 테면 하라고 국회에 탄핵하라고 하면서 버티고 있다. 탄핵하려면 해 보라고 100만이 집회·시위를 한 국민행동을 무시했다. 말로 해서는 물러나지 않을 거라고 대통령 박근혜는 대국민 담화로, 대변인과 변호인의 입으로 분명히 했다. 말로 해서는 안 되는 자에게는 말을 듣게 하는 행동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총파업과 시민불복종을 시작하기로 행동으로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오는 11월30일 “노동자는 파업으로, 농민은 아스팔트 농사로, 상인은 철시로, 학생은 휴업으로 함께한다. 모든 시민들은 박근혜 퇴진을 위해 하루 일손을 놓고 함께할 것”이라고 국민행동은 선언했다.

4. 4·19 혁명과 6월 항쟁 때 광장과 거리에서 투쟁했다. 그것은 단순한 최고권력 대통령은 물러나라는 의사표현을 넘어 유혈이 낭자한 투쟁이었다. 의사표현을 넘어서는 순간 집회·시위는 권력을 끌어내리겠다는 행동이 된다. 그것으로 오늘 5차례의 국민행동이 못한 일을 해냈다. 권력의 의지를 받드는 경찰의 폭력에 맞서 폭력으로라도 대응해서 행동했다. 사실 의사표현만으로는 국민이 의사만 밝힌 것이니 행동은 그들의 일이다. 나머지는 권력의 일이 된다. 대통령 자신이든 아니면 국회이든 뭐든 권력이 국민의 의사를 받드는 일로서 하게 된다. 그 일이 있고 나면 국민은 사라진다. 다시 권력의 일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주권자로서 국민으로서 행동한다면 물러나라는 국민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 불법권력에 대한 복종은 치욕이다. 그 권력에 복종하지 않는 행동은 주권자로서 국민의 당연한 일이다. 그것이 총파업이든 시민불복종이든 불법권력과 그와 공모한 재벌자본에 복종하지 않겠다는 행동은 예고된 국민행동이라 할 것이다. 민주노총은 금속노조 15만명을 비롯해서 조합원 30만명이 총파업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자세히 읽어보니 조합원 30만명이 파업 결의와 연가투쟁 등으로 참여한다고 밝힌 것이니 그야말로 파업을 하는 조합원은 그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지부에서 찬반투표가 부결됐다는 뉴스도 있었다. 분명히 국민의 분노는 정치파업을 비난하지 않을 정도로, 아니 오히려 박수를 칠 정도로 박근혜 퇴진을 위한 행동을 지지하고 있다. 이런데도 고작 총파업 결의가 이 정도라고 불만일 수도 있겠다. 그야말로 말이 아닌 행동은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집회·시위를 넘어서 불복종으로서 행동은 이제 시작을 예고하고 있다. 말을 듣지 않는 대통령을 주권자 국민이 물러나게 행동하는 일이 이제 시작이라면 조급할 일이 아니다. 오늘 부결됐다면 그것은 아직 조합원들이 집회시위를 넘어선 행동에 나설 결의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니 교육해서 다시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그래도 부결된다면 더 철저히 교육하고서 하면 된다. 그것으로 노동자가 주권자 국민으로서 자신의 의지로 행동하도록 하면 된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