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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촛불집회 이모저모] 집회는 축제처럼, 하야는 첫눈처럼5차 범국민대회 광화문광장 '황소 난입'에서 중고생 '거침없는 하이킥'까지
구태우  |  ktw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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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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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근혜는 아니다. 근혜는 아니다. 아이 워너 위시 유 어 메리크리스마스.”

지난 26일 밤 크리스마스 캐럴 펠리스 나비다(Feliz Navidad)가 서울 경복궁역 앞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 앞에 울려 퍼졌다. 첫눈이 왔지만 캐럴을 틀기는 이른 시기인데 말이다.

5차 범국민행동에 참여한 촛불시민 100여명은 '펠리스 나비다' 가사를 “근혜는 아니다”로 바꿔 부르며 흥겹게 춤을 췄다. 10대부터 40대까지 시민들은 성별과 나이에 상관없이 한데 엉켜 ‘댄스배틀’을 선보였다. 분위기가 최고조에 오르자 “박근혜는 퇴진해! 지금 당장 퇴진해”를 목청껏 외쳤다.

주최측 추산 150만명이 모인 이날 서울 범국민행동은 2002년 한일월드컵 응원을 방불케 하는 축제의 현장이었다. 시민들은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를 축제처럼 즐기면서도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함께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염원했다. 집회에 함께한 김지윤(33)씨는 “집회가 축제처럼 열려 더 많은 시민들이 참가한 것 같다”며 “물리적인 충돌 없이 연대의 힘만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압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화원인 한윤상(39)씨는 “사람들이 도와줘서 쓰레기가 별로 없다”며 “시민의식 정말 높아졌다”고 칭찬했다.

'쇠귀에 경 읽기' 박근혜 대통령, “소도 원한다. 하야해”

청와대 200미터 앞에 난데없이 황소 한 마리가 불쑥 나타났다. 빨간 등산잠바를 입은 오현경(39)씨가 소 위에 올라탄 채 등장하자 시민들은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잔다르크 같다”거나 “암행어사 아니냐”는 말도 들렸다.

시민들의 추측과 달리 오씨는 회사원이다. 소 위에 올라탄 것도 처음이다. 소주인인 오씨의 지인이 경기도 수원에서 소를 몰고 왔는데, 탑골공원에서 경찰에 막혔다. 그러자 오씨가 소를 대신 몰고 청와대 코앞까지 온 것이다. 그는 “소도 웃는다. 박근혜는 검찰 수사 받아라”고 말한 뒤 유유히 사라졌다. 소가 사라지자 이번에는 중고생 500여명이 행진을 하며 나타났다. 이들은 ‘중고생혁명’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었다.

“내가 이러려고 수능 특강 풀었나 자괴감 들어”라는 플래카드를 든 이들이 관심을 끌었다. 김가연(14)양과 최민주(14)양은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집회에 참석했다. 김양은 “엄마가 말렸지만 사회가 잘돼야 나중에 우리 취업도 잘되지 않겠냐”고 반문한 뒤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데, 최순실이 다 해먹고 있다”고 비판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폭력시위 여론 나빠져” vs “분노 표현 방식 사람마다 달라”

이날 범국민행동은 아슬아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은커녕 검찰 수사까지 거부하고 나서면서 집회 참가자들의 민심은 부글부글 끓었다. 사진작가인 곽명우(50)씨는 청와대 인근까지 올림픽 성화 크기의 파라핀촛불을 들고 참여했다.

폴리스라인은 무너졌다 세워지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오후 8시께 경복궁역 300미터 전방에 경찰이 경찰차벽을 설치하면서 한차례 충돌이 빚어졌다. 대학생 A씨는 경찰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안경이 부서졌다. 일부 시민이 격앙된 반응을 보일 때마다 주위 시민들은 “비폭력”이라며 말렸다.

한때 시민끼리 승강이를 벌이는 장면도 목격됐다. 안아무개(30)씨는 격앙된 시민들에게 “진정하세요”라고 말했던 시민 중 한 명이다. 안씨는 “군복무 대신 의경으로 입대한 청년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면 촛불집회의 정당성을 잃는다”며 “집회 참가자들이 흥분해 폭력을 쓰게 되면 보수언론과 새누리당이 이를 악용해 여론이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박승하(36)씨의 말은 달랐다. 박씨는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며 “집회 현장에서 시위대가 흥분하는 건 경찰이 집회의 결사를 제한하기 때문이고, 그럴 때 거친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최황(33)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수의를 입고 포승즐에 묶여 있는 그림을 들고 행진했다. 그가 직접 그렸다고 했다. 최씨는 “박 대통령이 수의를 입은 모습을 빠른 시일 안에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그림을 그렸다”며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을 포승줄에 묶어 처벌해야 우리나라가 법치국가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고 그래야 민주주의가 발전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자정 무렵에도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집회를 계속했다. 축제처럼 집회를 즐겼다. 그러면서 '피의자 박근혜' 하야와 구속을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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