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호 한국노총 조직본부 교육국장

국민의 90%가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는 마당에 그 정권의 부역자들에게 직함을 붙이지 않는 것을 마땅하게 생각해 주길 바랍니다.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하기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당신은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뿌려 “떠나기 5분 전까지도 민생을 챙기고 책무를 다하는 것이 도리”라고 밝혔더군요. 또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서울시장에게 "국무위원들이 국정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사퇴 논의를 하는 게 정당하냐"고 반박했다죠. 잘하신 겁니다. 버티셔야죠. 박근혜씨가 내려오고 그 부역자들의 만행이 만천하에 낱낱이 밝혀질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합니다.

이기권 퇴진을 외치던 한국노총이 박근혜 퇴진으로 전환했을 때 많이 서운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모든 이목이 박근혜 게이트에 쏠려 있을 때 갑자기 당신이 기자간담회를 자처해 기자들을 모았습니다. "여기, 사람이 있어요" 하고 외치듯이. 간담회에서 “강제모금에 동원된 대기업들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청와대가 노동시장 유연화를 무리하게 추진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경영계가 원한 것의 40%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죠.

그리고 “초창기 경영계가 가장 원했던 것은 파업 대체인력 허용과 임금교섭 격년제 실시였고, 두 번째로는 통상해고와 정리해고시 ‘긴박한 경영사유’ 요건 폐지 등을 원했다”고도 말했죠.

그럼 물어보겠습니다. 노동계가 원한 것은 4%라도 해 줬습니까?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실시하면 40%가 아니라 100%를 해 준 것 아닌가요? 성과연봉제로 바꿔서 일상적인 해고가 가능하다면 임금교섭을 격년으로 실시하지 않아도, 정리해고 요건을 폐지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닙니까? 오죽하면 박병원 한국경총 회장이 “성과연봉제가 확립되면 명퇴나 해고 필요가 없어진다”고 했겠습니까. 이쯤 되면 명칭만 고용노동부지 재벌소원수리부 아닌가요?

당신은 또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2대 지침은 학자들이 만든 것이며, 세상 모든 걸 그쪽으로 연결시키면 밥 먹는 것도 연결시키게 된다”고.

정말 그럴까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청년희망재단과 미르재단에 재벌들의 뭉칫돈이 입금되자 올해 1월 박근혜씨는 경제단체들이 추진하는 쟁점법안 처리 촉구 서명운동에 직접 참여했습니다. “오죽하면 엄동설한에 국민이 거리에 나서겠느냐”며 국민을 참칭하면서까지 말이죠.

쟁점법안에는 당연히 노동 관련 법안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민간기업까지 강제동원 서명운동을 벌일 당시 국민은 ‘이렇게까지 재벌을 밀어줘야 하느냐’고 의아해했습니다. 그땐 아무도 몰랐지요, 그것이 ‘기브 앤드 테이크’였다는 것을. 요즘 국민이 자주 쓰는 말로 ‘이제서야 퍼즐이 맞춰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노동부가 올해 1월 발표한 2대 지침이 전경련 자료를 베낀 수준이라는 비판(매일노동뉴스 11월24일자)에는 무어라 답하시겠습니까.

보도에 따르면 전경련이 주장한 일반해고 절차는 공정인사 지침에 그대로 담겨 있으며,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은 문구까지 흡사하다고 합니다. 자, 이래도 계속 오리발을 내미시겠습니까.

국민 세금으로 세대를 갈라치기한 죄 또한 결코 가볍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은 입만 열면 청년일자리를 얘기하며 세대 갈등을 부추겼습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20대와 30대는 단 한 명도 이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사실,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마, 당신 혼자 뒤집어쓰기에는 억울하기도 할 겁니다. 당신뿐이 아니죠. 당시 직책으로 임무송 노사협력정책관, 이성희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 현기환 정무수석, 김현숙 고용복지수석(이 사람은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노동법이 통과되지 못했다며 눈물을 흘렸죠) 등 노동자들 가슴에 큰 상처를 낸 노동개악 부역자들 모두 촛불 앞에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대국민 사기극은 마지막 결말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신께 당부말씀 드리겠습니다. 떠나기 5분 전까지 민생을 챙기려 하지 말고, 성희롱으로 구설에 오른 노동부 고위공무원부터 단속하시길 바랍니다.



한국노총 조직본부 교육국장 (labo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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