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아무래도 박근혜 정권이 물러나야 복직될 것 같아요.”

지난 23일 서울 서교동 <매일노동뉴스> 사무실에서 만난 봉혜영(51·사진) 민주노총 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전해투) 위원장이 한 얘기다. 봉 위원장은 다른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을 위해 싸워야 하는 자리에 있다. 동시에 그 자신도 4년 가까이 복직투쟁 중이다.

그러고 보니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 해고자 신세가 됐다. 2012년 12월28일이었다.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사회보장정보원(옛 보건복지정보개발원) 고객지원부에서 기간제로 일하던 봉 위원장은 다른 노동자 41명과 함께 느닷없는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계약기간이 끝났다는 이유였다. 며칠 뒤면 정규직이 될 줄 알았던 그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그때부터 힘겨운 복직투쟁이 시작됐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세 번 바뀌었고, 원장도 세 번 교체됐다. 그럴 때마다 복직협상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됐다. 올해는 7월까지 협상이 이어졌다가 멈췄다.

“원장이 박근혜 정권 낙하산 인사인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뒤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꿈쩍도 안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다음 정권이 들어올 때까지는 복직협상이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박근혜 정권이 물러나야 복직될 것 같다”는 봉 위원장 말이 현실이 돼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에게만 다가온 현실은 아니라는 것이 봉 위원장 생각이다. 지금 정권이 그대로 있는 한 웬만한 해고자들의 복직은 먼 얘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해투가 이달 6일 긴급대표자회의를 통해 정권 퇴진투쟁을 결의하고, 22일 비상총회를 열어 ‘박근혜 일당 타도를 위한 전국 해고자 투쟁결의문’을 채택한 이유다. 전해투는 30일 민주노총 총파업 조직화를 위해 전국을 순회하고 있다.

“해고자 복직이라는 게 단위사업장 안에서만 싸운다고 풀리지는 않잖아요? 더구나 기업과 손잡아 노동자들을 자르고 괴롭혀 온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리지 않고는 현장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해요.”

봉 위원장은 불의를 보고 외면하면 “자신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부당한 것을 보고 참기도 하고 외면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해고되면서 저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 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봉 위원장이 최근 민주노총 총파업 조직사업과 함께 주력하고 있는 사업은 전해투 역사를 담은 백서와 영상 제작이다. 단순히 책과 영상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해고자 정신을 되새기고, 해고자들을 전해투 깃발 아래로 모으는 사업이다. 전해투의 정체성을 다시 찾기 위한 일이다.

“요즘에도 해고자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전해투 깃발 아래로 모이기가 쉽지 않아요. 당장 생계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어려운 속에서도 묵묵히, 끊임없이 연대투쟁을 하는 해고자 정신을 알 수 있도록 교육사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봉 위원장은 “민주노총보다 오래된 전해투의 전통을 살리고 역사로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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