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비정상과 정상 정도는 구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최고 자리에 있는 자부터 하급 관리까지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이 보내는 함성 의미를 진정 알지 못한단 말인가. 잘못을 했으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게 마땅하고, 정책 담당자들은 수정 후 집행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노동부는 여전하다. 전혀 바뀌지 않았다. 나름 ‘지조’가 있다고 해야 하는가. 최근 확인된 소식에 따르면 노동현장을 상대로 타임오프 운영실태 조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짐작건대 근로시간면제한도 고시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시정명령을 내릴 판이다. 올해 초부터 줄곧 해 온 단체협약 시정명령 중 하나로 보인다.

긴말할 필요 없이 타임오프에 관한 고시는 유급전임자를 정하는 기준일 뿐이다. 조합원수 등 사업장 사정을 고려해 노사 자율로 합의하는 게 원칙 아니겠나. 고시가 노사 자율 합의 효력 자체를 무효화시키는 강행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 교섭대표노조에 과도하게 지급한 타임오프와 관련해 사용자를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일부 판례가 있긴 하지만 합의의 사법적 효력까지 부정한 것은 아니다.

단체협약은 노동 3권의 결정 그 자체라는 데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이러한 단협을 국가가 간섭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문제다. 관여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합의가 몰사회적인 반사회적 합의(민법 제103조) 등에 해당하고 그것도 피해자가 처벌을 요구할 경우에나 간섭할 수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전임자에게 일반 조합원에 비해 수배의 급여를 지급하는 합의라면 무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박근혜 정부는 민주적 정당성을 잃은 지 오래다. 선거로 만들어진 정부라고 하지만 시민과 노동자 그 누구도 정부를 인정하지 않을 정도에 이르고 말았다. 이 정부의 마지막 역할은 분명하다. 새 정부에게 안전하게 그 지위를 넘겨주는 것뿐이다. 새로운 사업을 벌일 수 없다는 얘기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모든 노동정책을 다시 점검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통상임금과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시작한 정부 아닌가. 합의도 많았다. 5·30과 9·15. 공공기관과 금융은 주요 타깃이었다. 이런저런 핑계로 해마다 야금야금 단체협약을 손봤다. 이젠 아예 누더기가 되기 직전이다. 모든 노동정책의 발단과 발상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며칠 전에는 국회가 정부와 여당이 발의한 노동 4법을 논의안건에서 제외하고 양대 지침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사실상 폐기란 말이다. 제도를 만드는 기본 주체인 의회가 법률안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쓸모없는 법이라고. 결국 정부가 한결같이 밀어붙인 노동정책에 대한 국회 평가도 다르지 않은 셈이다. 그렇다면 이 정부의 노동정책은 끝났다.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의 직접적인 근거를 잃었다. 단협 시정명령도 물론이다.

정부 노동정책을 보면 우리나라의 노동에 대한 인식 수준을 알 수 있다. 국내법은 물론이고 국제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다. 오늘 우리의 모습은 배부른 돼지라고나 할까. 최근 국회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국제노동기구(ILO) 가입 25주년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20주년을 기념하는 토론회가 연이어 열리고 있다. 짧지 않은 시간인데도 우리나라가 아직 비준하지 않는 핵심 조약이 있다. 대표적으로 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제87호·98호)이 여기에 해당한다.

토론에 나온 자들의 성토는 대동소이하다.

“경제규모가 큰 수출대국이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노동기본권조차 지켜지지 않는 나라에서의 노동자로 살아가는 게 전혀 행복하지 않다.”

이런 상황이면 정부로 하여금 단협쯤은 마음대로 들여다볼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울 법하다.

우리는 더 이상 부끄러운 노동부를 원하지 않는다. 단 한 명이라도 최소한의 양식을 갖춘 이가 있기를 바란다.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괴롭히는 일, 이젠 고만하자고. 그럴 시간이 있다면 체불임금 해결에 힘을 쏟자고. 본래 노동부의 모습으로 돌아가자고 말이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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