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노조인 철도노조의 경우 해고노동자의 조합원 자격이 인정되고, 해고자를 노조간부로 선출하는 결의를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취업상태인 노동자뿐 아니라 실업자·구직자도 산업별·직종별·지역별노조에 가입해 활동할 수 있다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의 기본 법리에 충실한 판결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노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영익 전 철도노조 위원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취지로 서울서부지법 항소부로 돌려보냈다.

철도노조는 2006년 조합원총회를 열어 재적조합원 과반 출석과 출석조합원 3분의 2 이상 찬성에 따라 운수노조 철도본부로 조직형태를 변경했다. 그로부터 5년 뒤인 2011년 노조 소속 성북열차승무지부는 철도공사에서 근무하다 해임된 이아무개씨를, 청량리전기지부는 공사에서 파면된 홍아무개씨를 각각 지부장으로 선출했다.

공사는 해고자를 지부장으로 선출하는 것이 노조 규약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에 시정명령을 신청했다. 해고자는 노조 조합원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다. 공사는 노조 규약 7조 “노조는 공사에서 근무하는 직원과 철도 관련 산업 및 이에 관련되는 부대업체에서 근무하는 직원으로 구성한다”는 내용과 같은 규약 9조 “조합원 자격은 사망·퇴직·제명의 경우 자동 상실된다”는 내용을 근거로 삼았다.

노동청 역시 해고자를 노조간부로 선출한 것이 노조 규약에 위배된다고 봤다. 노동청은 또 노조의 결정이 노조법 제2조4호라목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해당 조항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청은 이런 이유로 이 전 위원장에게 시정명령을 내렸고, 이 전 위원장이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자 그를 노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법원의 판단은 크게 엇갈렸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공사와 노동청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이 전 위원장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상고심 재판부는 “철도노조 규약과 활동, 조합원 범위에 비춰 보면 기업별노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한국철도공사'라는 하나의 사업장뿐 아니라 ‘철도 관련 산업 및 업체’에 종사하는 자 모두를 조직대상으로 하는 산업별노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시했다. 노조 규약이 공사에서 근무하다 해고된 노동자의 조합원 자격을 부정하는 취지로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이어 “노조 규약 위반을 전제로 한 노동청 시정명령 역시 적법하다고 보기 어렵고, (노동청 시정명령 근거가 된) 노조법 제2조4호라목 단서는 일정한 사용자와의 종속관계가 전제되지 않는 산업별·직종별·지역별노조가 아니라 기업별노조의 조합원이 해고돼 근로자성이 부인될 경우에만 한정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며 노동청 시정명령과 이를 인용한 원심판결이 법리를 잘못 이해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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