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한국노동연구원에 의뢰해 노조전임자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실태조사에 나서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타임오프는 노조활동을 전담하는 노조간부 숫자를 제한하는 제도라서 노동계로서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3년마다 노사정이 함께 실태조사를 진행했는데, 올해는 노동부가 단독조사에 나서면서 문제를 키웠다.

연구용역 받은 노동연구원 최근 400여곳에 설문 돌려

22일 정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노동연구원은 최근 사업장 400여곳을 대상으로 ‘근로시간면제제도 운영 관련 노동조합활동 실태조사’ 설문을 진행 중이다. 연구원은 노동부 의뢰를 받아 올해 8월부터 ‘노사관계 실태조사 설계 연구 및 면제활동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설문 또한 연구용역의 일환이다.

양대 노총은 이에 반발해 “설문조사에 응하지 말라”고 산하 조직에 지침을 내렸다. 특히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노동부가 노사단체에 협조나 협의 요청 없이 독단적으로 실태조사에 나선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동부는 지난해 노동연구원이 실시한 실태조사를 근거로 올해 3월 대대적인 단체협약 시정명령을 내리면서 노사자율 원칙을 훼손하고 노조를 탄압했다”며 “타임오프 실태조사도 같은 목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노동연구원 실태조사를 근거로 한 노동부의 단체협약 재조사와 시정명령은 전문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회자되던 사건이다. 연구를 위해 진행한 실태조사를 노동부가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이 일었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지난해 4월 “노동연구원이 진행한 2014년 단체협약 실태조사에서 가족 우선·특별채용 조항 같은 위법·불합리한 사항이 다수 발견됐다”는 이유를 들어 100인 이상 사업장 2천769곳에 대한 전면 재조사에 착수했다. 올해 3월에는 1천302개 사업장에서 위법·불합리한 단체협약을 적발했다며 시정조치·명령을 내렸다.

노동계가 이번 조사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동부는 “이번 연구용역은 타임오프 제도 정착현황과 개선과제는 없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일 뿐”이라며 “다른 의도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노총은 “당장 조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3년마다 열리는 근면위, 올해는 왜?

타임오프 실태조사에 대한 노정 간 불신이 커진 배경에는 올해 열려야 할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근면위)가 열리지 않았던 것도 한몫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노조전임자의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를 노·사·공익 위원들이 참여하는 근면위에서 심의·결정하도록 했다. 3년마다 근면위를 열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의무사항은 아니다.

그럼에도 노사정은 2010년 처음 근면위를 연 뒤 3년 만인 2013년 재차 회의를 열어 타임오프를 재조정했다. 근면위가 열리면 조사단이 구성돼 매번 노사정이 함께 실태조사를 했다.

그러나 올해는 근면위가 열린 지 3년이 지난 해임에도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심의 요청권을 가진 노동부가 제안하지도 않았고 노사단체가 요구하지도 않았다. 노동부가 일반해고·취업규칙 지침을 일방 발표하면서 한국노총이 9·15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 파기를 선언하는 등 노정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올해 7월까지 근면위 개최 여부를 신중하게 고려했지만 회의를 열기 어려운 분위기였고 열더라도 실익이 없을 것 같아 열지 않기로 했다”며 “노조법에 3년마다 회의를 열도록 했지만 의무사항은 아니고 2013년 열렸던 근면위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회의를 열지 않기로 노사정이 합의해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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