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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고용 충격김동원 고려대 교수(경영대학)
김동원  |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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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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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고려대 교수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기술의 진보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18세기 증기기관으로 시작된 급격한 기계화 현상을 1차 산업혁명으로 부르고, 19세기 전기 도입이 촉발한 대량생산을 2차 산업혁명으로 간주하며, 20세기 중반 이후 컴퓨터 확산으로 시작된 자동화 현상을 3차 산업혁명으로 본다면, 2000년대 들어 진행 중인 IT와 소프트파워를 통한 지능형 공장과 제품 탄생은 4차 산업혁명으로 본다. 사실 혁명이라고 부르지만 이러한 현상들의 전후가 뚜렷이 단절된 것은 아니므로 연속선상에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1차 산업혁명 이후 거의 250년 동안 기술발전은 주로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고용을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돼 왔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18세기 말 영국의 기계파괴 운동(Ludite Movement)일 것이다. 러다이트 운동은 비밀결사로서 무장훈련과 기계파괴 활동을 자행했다. 당시 산업혁명으로 인해 영국의 주된 산업이던 직물공업에 기계가 보급돼 임금인하와 해고가 증가하는 상황이었다. 노팅엄에서 시작된 러다이트 운동은 랭커셔·체셔·요크셔 등 직물공업이 왕성하던 북부의 여러 주(州)로 확대됐다. 19세기 초까지 이어지던 러다이트 운동은 결국 정부에 의해 진압됐다. 노동계가 그 후 투쟁 방향을 의회를 통한 개혁운동으로 전환하면서 러다이트 운동은 종료됐다. 하지만 기술진보로 인한 노동자들의 고통은 많은 지식인들의 공감을 샀다. 시인 바이런은 러다이트 운동에 가담한 노동자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변호하기도 했다.

기계 vs 인간, 반복되는 반목과 공존

러다이트 운동이 종료된 이후에도 첨단 기계문명의 발달이 인류를 파멸로 이끌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존재했다. 이를 행동으로 연결시킨 사례들이 있다. 즉 컴퓨터나 텔레비전 등 전자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첨단문명을 거부한 채 외딴 곳에서 은둔하는 집단도 있으며, 보다 과격한 경우로는 1980년대에 유나보머(Una Bomber)라는 가명으로 현대기술의 상징인 공장과 연구소를 우편물 폭탄을 써서 파괴하려 한 미국의 카진스키(T.J. Kaczynski) 사례가 있다. 이와 같은 소극적 거부운동이나 적극적인 파괴운동을 통칭해 네오러다이트 운동이라 부른다.

일단의 미래학자들은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세계화로 인한 경쟁 격화 현상과 더불어 현재 노동시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을 것으로 본다. 드러커(Drucker)는 기술진보로 말미암아 새로운 기술에 정통한 지식근로자(Knowledge Workers)가 미래 노동시장에서 주된 역할을 할 것으로 예견했다. 리프킨(Rifkin)은 더 나아가 미래 사회는 새로운 기술을 익힌 소수의 정보엘리트집단과 거대한 영구실업자집단으로 양분될 것으로 봤으며,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제3 부문의 등장을 예상했다. 이러한 미래학자들의 우려는 최근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의 본격적인 등장을 의미하는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일반인까지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세돌과의 바둑대결에서 완승한 알파고의 등장은 기계가 인간을 궁극적으로는 대체하고야 말 것이라는 국민의 우려를 극대화시키기에 이르렀다.

학계에서도 많은 학자들이 '기술진보가 사회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기존 학계의 대체적인 결론은 기술진보로 한 부문의 고용이 축소되는 만큼 다른 부문에서는 새로운 고용이 창출되고, 이 두 가지 효과가 장기적으로 서로 상쇄한다. 다시 말해 새로운 기계의 도입으로 인해 노동력이 절감돼 구시대 기술에 의존하는 직원이 일자리를 잃게 되지만 기계 도입에 수반해 새로운 직종이 창출된다. 경영자는 인력절감으로 발생하는 추가 재원을 새로운 분야에 투자하고 이 새로운 분야에서 창출되는 고용효과가 신기술로 인한 고용축소를 상쇄하게 된다. 예를 들면 퍼스널컴퓨터의 발전은 많은 타자수와 인쇄공의 직업을 앗아 갔지만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산업이 확장되면서 새로운 고용이 증가해 장기적으로, 사회 전체적으로는 고용 총량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기술진보, 고용 충격 불가피

이러한 학계의 연구 결과는 지난 수십년간의 실업률 통계가 뒷받침한다. 기술의 급속한 발달과 인간을 대체하는 로봇의 등장에도 세계 실업률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 않다. 수십년간 각국에서 실업률은 몇 년을 주기로 상승과 하락을 되풀이하는 사이클을 보인다. 따라서 현재의 기술발전이 노동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는 가설은 아직은 확정적인 증거로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기술진보가 장기적·총량적으로 고용감소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기술진보에 따른 고용문제를 경감시켜 주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기술진보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부문의 근로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심각한 희생과 고통을 겪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술진보로 대체될 부문의 근로자들은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재교육을 통해 새롭게 생성되는 부문으로 옮겨 가야 한다.

과거 일자리와 새로운 일자리 간 직무의 큰 차이와 새로운 산업이 고용을 활발하게 창출할 때까지 장기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실제로 구제를 받을 근로자들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난 수년간 보험과 증권·금융업계에서 기계 발달로 인해 직무가 축소된 많은 근로자들이 다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실업 상태로 내몰리는 것을 봤다.

또한 학계의 기존 연구 결과는 과거 경험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미래현상을 정확히 예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1·2차 산업혁명 때와 비교해 현재의 기술진보 속도는 수십 배에 달한다고 한다. 급격한 기술진보는 과거와는 달리 엄청난 속도와 규모로 노동시장 환경을 바꿔 놓을 가능성이 있다. 급격한 기술진보로 없어지는 일자리가 새로 생기는 일자리보다 월등히 많아질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올해 1월 다보스포럼에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선진국에서 일자리 700만개가 소멸하고 새로 창출되는 일자리는 200만개에 불과해 결국 500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같은해 7월 국제노동기구(ILO)는 인간의 수작업을 대체하는 로봇의 등장으로 앞으로 20년간 아시아 근로자 1억3천700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내다봤다.

노사정 머리 맞대고 해법 찾아야

인공지능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은 고용문제에 태풍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이 노동시장의 심각한 양극화를 낳아 IT에 익숙한 지식근로자에 대한 수요는 느는 반면 대부분의 저숙련 노동자나 단순노동인력은 로봇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한다. 증가하는 지식근로자 숫자에 비해 소멸되는 저숙련 혹은 단순노동자 숫자가 월등히 많으므로 실업의 급격한 증가도 동시에 우려한다.

4차 산업혁명이 고용에 미칠 큰 충격파가 너무나 분명한 까닭에 주요 국가들은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독일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스마트공장(Smart Factory) 전략을 통해 4차 산업혁명으로 예견되는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찾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기술과 지식으로 신규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학교교육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한편, 기존 인력은 사회 전체의 노력으로 적극적인 재교육을 통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게 만드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자동차·중공업·제철·전자·화학 등 전통적인 제조업이 주를 이루는 한국의 경우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변화 폭이 더욱 크다. 노동시장이 받는 충격이 심대할 것으로 보인다.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구조조정·대량해고·노사분규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간 국내에서는 기술진보와 고용위기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간혹 있었지만 실질적인 대응은 거의 없었다. 눈앞에 떨어진 노동이슈에 매몰돼 4차 산업혁명 같은 장기 이슈를 신경 쓰지 못하는 형국이다. 더 늦기 전에 국가·산업·지역·기업 단위에서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장기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멀리서 몰려오는 쓰나미를 보지 못하고 눈앞의 잔파도만 보다가는 큰 파국을 면하기 어렵다. 노사정이 모여 미리 연구하고 협의하며 대비하는 것만이 해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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