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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보다 일자리 선택한 미국, 한국도 같은 길 가나
“나는 노동자 후보인 트럼프를 지지한다.”

“나야말로 진정한 노동자 후보다. 나는 당신들의 목소리(대변인)다.”

45대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에 백인들은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를 “노동자 후보”라고 표현하면서 지지했다. 트럼프 자신도 “나는 당신들의 목소리”라며 노동자의 대변인임을 자처했다. 어떻게 노동자와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억만장자 부동산재벌 트럼프가 노동자 후보일 수 있을까.

최근 미국 노동·진보계에서는 위스콘신과 미시간을 포함한 러스트 벨트지역이 트럼프의 손을 들어준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언론들도 해당 지역 승리가 트럼프 당선에 결정타였다고 분석한다.

위스콘신은 미국 진보의 아성이라 불릴 정도로 진보적 성향이 강한 주다. 우리나라 노동학자 중에서도 위스콘신대학 출신들이 많다. 미시간은 미국 자동차산업 중심지인 디트로이트를 핵심 도시로 두고 있고 노조 영향력이 막강해 전통적으로 민주당 성향이 강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울산 같은 도시다. 디트로이트와 유사한 피츠버그·필라델피아·볼티모어에서도 트럼프는 승리했다.

왜 이들은 트럼프를 택했을까. 진정 트럼프는 노동자 후보였을까.

답은 일자리에 있었다. 트럼프는 미국 제일주의와 강한 보호무역, 현대판 뉴딜정책을 공약으로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했다. 트럼프는 “민주당은 일자리를 죽이고 중산층을 파괴하는 모든 무역협정을 지지했다”며 “나는 한국과의 FTA를 포함해 노동자를 해치는 어떤 협정에도 서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1조달러(1천170조원)를 투자해 사회기반시설 확충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판 뉴딜 정책으로 불렸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듯한 주장 아닌가. “FTA가 노동자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 혹은 “대규모 정부 투자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트럼프 공약은 노동·진보계 주장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이념적으로는 극우에 가까운 트럼프가 일자리 분야에서는 “적극적 창출”이라는 입장을 보이면서 승리를 거머쥐었다는 분석이다. 이념보다는 일자리였다.

이철승 미국 시카고대 교수(사회학)는 “세계화로 전통 제조업이 무너지고 이민자들이 늘어나면서 일자리를 잃은 사회 주류세력(백인)의 불안·불만이 트럼프 지지로 이어진 것”이라며 “제조업 성장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앞으로 이민이 급격히 늘어날 한국이 같은 길을 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지금 미국의 모습이 우리나라의 미래상일 수도 있다는 경고다. 그렇지 않으려면 진보·노동계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김봉석  seok@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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