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시위를 엄격히 제한한 뒤 미신고 집회 참가자들을 처벌하고, 차벽과 물대포로 시위 참가자를 강제해산시키는 근거가 되고 있는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자의적인 공권력으로부터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방안 토론회'에서는 20대 국회가 반드시 집시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박 의원은 집시법 11조와 12조를 독소조항으로 꼽았다. 11조는 국회·청와대·법원·국무총리공관 같은 주요 국가기관 경계에서 100미터 이내는 옥외집회나 시위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다. 주요 도시와 도로에서 열리는 집회·시위를 경찰이 교통소통을 이유로 금지할 수 있게 하는 12조도 개정 대상이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해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와 민중총궐기를 개최했다는 이유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 위반이 주된 사유였다.

박 의원은 "집회를 사전에 금지하고, 선제적으로 차벽을 설치하고, 참가자들을 고립시키고, 강제로 해산시키는 일련의 경찰 대응 과정에서 백남기 농민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시위대와 경찰 간 긴장을 고조시키는 차벽을 설치할 수 없도록 집시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을 이달 9일 발의했다.

여연심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이사)는 "차벽은 질서유지선 설정 조건에 맞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차벽을 질서유지선으로 사용할 수 없게 방책의 규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최은아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2009년 경찰·시민 6명이 사망한 용산참사에서 경찰은 '아침 출근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교통소통을 위해 진압해야 했다'는 이유를 들었다"며 "인간의 생명보다 교통소통을 우선하는 상황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장도 토론회에 참석해 집시법 개정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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