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여객자동차 사고예방을 명분으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가운데 공공운수노조가 14일 정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장시간 노동을 용인해 노동자·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입법예고안을 수정하라”고 촉구했다.

정부 입법예고안은 운수노동자의 연속운전시간을 제한하고 휴게시간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4시간 연속운전시 30분의 휴게시간을, 퇴근 후 다음 출근시까지 최고 8시간의 연속휴식을 보장하도록 했다. 노조는 그러나 “운수노동자들은 격일제 운행으로 하루 18시간 이상 운전대를 잡으며 각종 사고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정부 입법예고안에는 이에 대한 해법이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 입법예고안에 포함된 ‘퇴근 후 8시간 연속휴식 보장’이라는 문구 때문에 현재와 같은 장시간 노동 관행이 존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사용자가 휴게시간만 부여하면 장시간 노동을 근간으로 하는 격일제 시스템을 유지해도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노조는 “장시간 노동과 출퇴근 시간을 고려하면 8시간의 휴식시간은 피로를 회복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운수업계 사용자들이 장시간 노동 시스템을 선호하는 이유는 인건비 때문이다. 격일제 운행 관행은 노동자 임금을 떼먹는 수단이 된 지 오래다. 예를 들어 서울시버스노조와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은 하루 근무시간으로 ‘기본근로 8시간, 연장근로 1시간을 포함한 9시간’을 규정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해당 조항을 근거로 하루 18시간씩 격일로 일한 노동자에게 ‘기본근로 16시간, 연장근로 2시간’만 인정하는 이상한 해석을 했다. 하루 노동시간을 8시간으로 정한 근로기준법대로라면 10시간분의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하는데도 회사는 2시간분만 지급했다. 명백한 불법이다.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최근 “근기법대로 밀린 수당을 지급하라”며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노조 관계자는 “정부는 사업주에 면죄부를 주는 입법예고안을 폐기하고, 노동자·시민 안전을 위한 법안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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