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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가입 25주년을 맞아김선수 변호사(법무법인 시민)
▲ 김선수 변호사(법무법인 시민)

12월9일이면 한국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에 가입한 지 25주년이 된다. 2016년은 유엔 가입 25주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2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 정부가 비준한 ILO 협약은 28개로 OECD 국가 평균(63개)에 비해 절반 이하 수준이고, OECD 34개국 중 27위로 국제노동기준에 있어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ILO는 ① 차별 금지(제100호·111호) ② 아동노동 금지(제138호·182호) ③ 강제근로 금지(제29호·105호) ④ 결사의 자유(제87호·98호) 등 4개 분야 8개 협약을 핵심협약으로 본다. 1998년 6월18일 ILO 제86차 총회는 ‘노동에서 기본적 원칙과 권리에 관한 선언’을 채택했는데, ILO 회원국은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더라도 핵심협약에 내포된 기본적인 권리에 관한 원칙들을 준수하고 존중하며 촉진하고 실현할 의무가 있다고 선언했다.

한국 정부는 8개 핵심협약 가운데 결사의 자유 관련 협약 및 강제노동 금지 관련 협약 등 4개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현재 ILO 186개 회원국 가운데 제87호 협약은 153개국, 제98호 협약은 164개국, 제29호 협약은 178개국, 제105호 협약은 175개국이 비준했다. 한국은 위 협약들을 비준한 153개 내지 178개 국가들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노동기준에서 단결권(결사의 자유)은 특히 중요하다. 세계인권선언, ILO의 목적에 관한 선언(필라델피아 선언), 정치적·시민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도 단결권을 보장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와 함께 지속적 진보의 필수적인 조건으로 본다.

한국은 헌법 제33조에서 노동 3권을 보장하고 있다. 노동 3권 보장을 법률이나 판례에 맡기지 않고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점, 단결권뿐만 아니라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도 명문으로 보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헌법적 수준에서는 긍정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 다만 군인과 경찰만이 아니라 모든 공무원의 노동 3권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두고 있고, 주요 방위산업체 종사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둔 것은 ILO 제87호 협약에 미치지 못한다. 헌법 개정시 반영해야 한다.

헌법에서 보장한 노동 3권을 구체화한 법률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다. 노조법은 100여개 조항 가운데 부당노동행위와 직장폐쇄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노동 3권을 제한하거나 부정하는 내용이고, 특히 노조 운영과 활동에 대해 40여개의 형벌조항과 과태료 조항을 두고 있다. 그러기에 노조법은 노동법이 아니라 치안경찰법이라 평가된다. 노조법이 ‘노동형법’으로 변질된 것은 군사독재 정부가 근로자의 권리의식과 노동조합의 성장을 의도적으로 저지하면서 경제성장이란 명목으로 근로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관리와 통제 위주 노동정책의 산물이다. "법이 많을수록 정의는 줄어든다"(Much Law, Little Justice)는 영국 법언과 "상세할수록 오히려 기본권이 제한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지적이 한국 노조법의 경우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법률도 문제지만, 이를 해석·적용하는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결정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에서 노동 3권에 대한 억압적인 질서가 개선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데에는 사법기관이 기여한 바가 크다. 노사갈등의 중요한 국면에서 노동 3권과 사회정의보다는 시장근본주의의 법적 표현인 재산권 절대 원칙과 사적자치 원칙을 우선함으로써 노동 3권을 무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국제노동기준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다. 극단적인 법률실증주의 관점에서 노동 3권에 관한 국제협약과 기준들의 법적 효력을 부인하고 있다. ILO 핵심협약인 87호·98호·105호 협약은 비준하지 않은 데다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로 볼 만한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세계인권선언은 국제법적 효력을 갖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사회권규약의 단결권 보장 조항은 일반적 법률유보 조항 등을 근거로, 시민권규약의 단결권 보장 조항은 비준시 당해 조항을 유보했다는 것을 근거로 국내법적 효력을 부정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국제인권기준을 무시하는 태도는 장자(莊子) 추수편(秋水篇)의 바다를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井蛙], 얼음을 모르는 여름 곤충[夏蟲]에 비유할 수 있을까.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은 물론이고 고용노동부 그리고 사회 전반적으로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적대시하고 있다. 노동진영을 정당한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없다. 내부로부터 토대가 붕괴할 수밖에 없다. 노동 3권의 온전한 보장은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해 민주적인 복지사회로 가는 주춧돌이자 사회 안정을 위한 필수요소다.

ILO 가입 25주년을 맞아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는 것이 국제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도리다. 노동 3권 행사에 대한 제한과 금지·탄압 조항으로 가득 찬 노조법을 전면적으로 폐지하고 헌법 제33조와 ILO 핵심협약으로 규율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국제노동기준을 이해하고 이를 판단기준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김선수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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