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은 지난 12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2016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등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노동개악 정책 무효화를 선언했다. 조합원 15만명이 참여했다.정기훈 기자

“박근혜 대통령을 하야시키고 시민과 노동자를 위한 나라를 세우겠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노동자와 시민의 목소리가 서울 도심을 흔들었던 지난 12일 오후 박금자 학교비정규직노조 위원장이 목청껏 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분홍색 조끼를 입은 노조 조합원들은 ‘박근혜 퇴진! 교육공무직법 제정’이라고 적힌 현수막과 애드벌룬을 공중에 띄웠다.

노동자들은 하얀색 애드벌룬 아래에서 분노를 터뜨렸다. 민주노총과 산별조직은 이날 민중총궐기대회에 앞서 전국노동자대회와 사전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추산으로 조합원 15만명이 참석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성과연봉제·임금피크제와 단시간 일자리 확대에 대한 조합원들의 날 선 비판이 봇물을 이뤘다. 조합원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하지 않은 채 거국내각을 구성하고 책임총리제를 도입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비정규직이란 이름 없애자”

민주노총 노동자대회에 앞서 열린 사전대회는 서비스 노동자들의 연대한마당이었다. 병원과 대형마트, 백화점에서 일하는 서비스 노동자들과 학교에 근무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은 박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참가자 대부분이 여성이었다.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3천여명은 이날 시국선언을 했다. 연두색 조끼를 입은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조합원 1만여명과 분홍색 조끼를 입은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조 조합원 1만여명, 여성노조 조합원들은 교육공무직법 제정과 학교비정규 노동자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임미연 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 중부지회장은 “평소라면 김장을 하고 있었겠지만 오늘만큼은 김장을 안 한다”며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하야하라”고 요구했다. 박금자 학교비정규직노조 위원장은 “최순실은 딸에게 각종 특혜를 받게 했지만 비정규직 엄마들은 능력이 없어 자식들 입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것도 못해 줬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온 국민에게 재앙이었고 비정규 노동자에겐 원수 같은 존재였다”고 비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비정규직이란 말을 없애야 한다”고 되받았다. 대형마트 노동자들에게도 박근혜 대통령은 눈엣가시였다.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대형마트에서 파트타이머(단시간근로자)가 늘었다. 이마트노조 조합원은 “경력단절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시간제 일자리는 나쁜 일자리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태일과 함께 박근혜 퇴진투쟁 나서겠다”

사전대회 직후 민주노총은 노동자대회를 열었다. 15만명의 조합원은 서울광장과 왕복 10차선 세종로 도로를 빼곡히 채웠다. 노조 탄압을 겪은 노동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노조활동을 하다 해고된 홍명옥 보건의료노조 인천성모병원지부장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한광호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의 동료인 김성민 지회장은 "노조 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이게 나라냐”며 탄식을 쏟아 냈다. 최순실씨가 대통령을 등에 업고 정부 인사·정책을 비롯한 국정 전반에 깊숙이 개입한 데다, 기업의 노무 관련 민원창구 역할을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의 노동개악에 맞서 벼랑 끝 싸움을 했던 노동자들의 분노가 용광로를 방불케 했던 까닭이다.

한편 민주노총은 지난 11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11월 중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민주노총의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가 지금은 전 국민의 요구가 됐다”며 “불법 권력이 이기는지 99%의 노동자와 민중이 이기는지 결정되는 투쟁에서 노동자가 앞장서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퇴진하지 않는다면 민주노총 전 조직은 총파업으로 박근혜 정권을 끝장 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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