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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⑥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임금체계 개편] '인간의 얼굴을 한' 임금체계, 노조가 만들자
구은회  |  press7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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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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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계 개편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임금의 지급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호봉제를 연봉제로 바꾼다거나, 각종 수당을 기본급에 편입시키는 등 방법은 여러 가지다. 따라서 임금체계 개편이라는 말 자체는 가치중립적이다. 노사가 협상을 통해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임금체계 개편이 노사갈등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정부가 노골적으로 기업 편을 들고 나서면서 시작된 일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9월20일 언론브리핑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년 60세를 도입하면서 국회는 임금체계를 고치도록 의무화했다. 정년연장이 청년들의 취업을 더 어렵게 만들까 봐 법에 임금체계 개편을 의무화한 것이다. 임금체계가 개편돼 성과직무급이 도입되면 열심히 일한 근로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 국제적으로도 호봉제는 폐지되는 추세다. 미래 4차 산업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임금체계 개편은 충분히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갖는다.”

◇정부 주도 임금체계 개편의 진실=이 장관의 발언은 사실(fact)이 아니다. 정년연장 관련법이 도입될 때 포괄적인 임금체계 개편이 아니라 임금피크제 문제에 한정해 노사가 논의하도록 한 것이 팩트다. 더구나 장관이 강조한 성과직무급제 도입이나 호봉제 폐지는 기업들의 숙원사항이다. 이는 장기근속 노동자가 노동조합으로 강하게 조직된 대공장에서 노조의 장악력을 약화시키는 수단이 된다. 이른바 ‘귀족노조’를 무너뜨리는 유효한 도구다. 임금체계 개편이 4차 산업과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역시 증명된 바 없다. 이런 정부 때문에 노동계는 임금체계 개편이라는 말만 들어도 노이로제 반응을 보인다.

노동문제 전문가들은 지금의 상황을 우려의 눈으로 보고 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정부는 마치 임금체계 개편이 청년일자리도 늘리고 임금격차도 줄이는 만병통치약인 양 이야기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백 번 양보해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면, 정부는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부터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나 기업이 원하는 임금체계 개편의 타깃은 뚜렷하다. 대기업 생산직이나 금융권·공공부문 정규직 같은 고임금 노동자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통상임금 축소나 임금피크제·성과연봉제 도입처럼 기존 노동자의 임금을 깎는 방식의 임금체계 개편을 강조해 왔다. 노 소장은 “임금체계를 어떻게 바꾸든 저임금 노동자들은 현실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며 “책임 있는 정부라면 이 문제에 대한 답부터 찾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 '공정한 분배' 실현 주체돼야=노동계로 돌아오면,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노동계의 태도는 ‘약자 코스프레’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논리는 늘 똑같다. “자본의 배를 불리는 임금체계 개편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임금체계 개편에 나서자”는 외침은 들리지 않는다.

물론 영원히 호봉제를 고수하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막아 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그런데 과연 그런 일이 가능한가. 저성장과 양극화는 노조에게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으로 갈수록 일자리가 줄고, 지속되는 불황은 기업의 구조조정을 상시화할 가능성이 높다. 잘리지 않고 살아남더라도 임금삭감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기존 임금체계가 유지돼 온 것은 노동자 투쟁의 성과라기보다는 기업의 지불능력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기존 체계의 지속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노조도 변해야 한다. 자신의 임금에 비정규직이나 협력업체 노동자 같은 제3자의 희생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다면, 사회적 고립을 자초할 뿐이다. 노조가 ‘인간의 얼굴을 한’ 임금체계 논의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원칙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다.

박태주 고려대 노동대학원 연구교수는 “노조가 공정한 분배를 실현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며 “개별 기업을 넘어 직무가치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는 직무급제가 임금격차 해소에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고, 노조가 산별교섭 또는 사회적기구 참여를 통해 산업별로 구체적인 임금수준을 정하는 일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올려 주고, 고임금 노동자의 고용을 확보하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는데, 이 역시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노조의 공세적 참여를 전제로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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