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동자들에게 시간외 근무수당은 단순한 수당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장시간 노동을 막기 위한 제도지만, 통상임금의 50%를 얹어 주는 수당은 낮은 기본급을 보충해 주는 역할도 한다. 그런 면에서 휴일근로 가산수당 중복할증 여부를 다투는 법원 판결 결과는 노동자들의 소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고법은 대법원 바라보고, 대법원은 국회 쳐다보고

노동자가 휴일에 일하고 통상임금의 150%(통상임금 100%+휴일근로수당 50%)를 받는 것과 통상임금의 200%(통상임금 100%+휴일근로수당 50%+연장근로수당 50%)를 받는 것은 천양지차다.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은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하는 것이다.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올해 5월 새누리당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로 보고 있다. 하지만 휴일근로를 할 때 8시간을 넘지 않으면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하도록 했다.

반면 서울고등법원은 2012년 11월 성남시(1건)나 안양시(2건) 환경미화원 노동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휴일근로도 연장근로에 포함된다”며 휴일근로수당뿐 아니라 연장근로수당까지 합쳐 통상임금의 200%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들 3개 사건과 휴일근로·연장근로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은 성남시 관련 1개 사건을 포함해 최소 6개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사건이 접수된 지 4년이 됐지만 판결은 감감무소식이다.

대법원이 2014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논의와 지난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논의 결과, 이에 따른 법 개정을 기다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형동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는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느라 고법에 계류된 사건까지 판결이 늦어지고 있다”며 “정치권이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을 중복할증하는 판례 흐름을 반영해 입법을 마무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민원해결 약속하니 통상임금 판결이…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에 큰 영향을 준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상대적으로 빨리 나왔다.

당시 전원합의체로 넘겨진 사건은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이 제기한 소송 2건이었다. 원심 판결이 2012년 8월과 9월에 나온 점을 감안하면 1년4개월여 만에 확정판결이 나왔다. 그런데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라고 판시하면서도 일정한 근무일수를 채워야 지급하거나, 특정시점에 재직 중인 노동자에게만 주는 임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내용의 ‘고정성 기준’을 내세웠다. 느닷없이 ‘신의성실 원칙’도 제시했다. 묵시적인 것을 포함해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노사가 합의했거나,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면 소급분은 주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소급분을 지급하도록 한 2012년 3월 금아리무진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후 기대감에 차 있던 노동자들은 실망했다. 금아리무진 관련 판결이 나온 뒤 정부와 재계의 위기감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기덕 변호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는 “2013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엠 회장에게 통상임금 문제 해소를 약속하고 투자를 요청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대법원은 인천 소재 시내버스업체 시영운수 노동자들이 제기한 통상임금 관련 소송을 지난해 10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2013년 12월 전원합의체가 제시한 신의칙의 구체적인 기준이 쟁점이다.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있으면 임금소급분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기준이 모호해 엇갈리는 판결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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