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주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 서울행정법원 2016.10.20 선고 2015구합71068 판결


1. 대상판결의 요지

가.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갱신기대권의 법리가 적용되는지 여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시행으로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2년의 기간 내에서 그 횟수나 사유에 관계없이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고 기간제 근로자의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할 경우에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되게 됐다. 하지만 위 규정들은 기본적으로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해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려는 데에 그 입법취지가 있으므로, 기간제법 시행이 곧 재계약의 정당한 기대권의 형성을 막는다거나 이미 형성된 재계약의 기대권을 소멸시키는 사유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 기간제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당사자가 체결한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등의 해석·적용에 관한 문제이므로 기간제법 시행 여부에 따라 그 결론이 달라진다고 할 수 없고, 기간제법 제4조가 2년을 초과하는 재계약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관계 형성을 특별히 제한하는 규정이라고 보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위 조항은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를 규제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를 기간제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적용할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갱신기대권의 법리를 적용하게 되면 기간제법 제4조2항과 결합해 기간제 근로자가 무기근로자로 전환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으나, 이는 갱신기대권의 법리가 아닌 기간제법 제4조2항 적용에 따른 결과고 사용자로서는 최초 근로계약이나 재계약에서 갱신사유·갱신횟수·갱신한도(예컨대 총 사용기간의 상한) 등의 계약갱신에 관한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갱신기대권의 발생을 저지할 수 있으므로,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 갱신기대권의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사용자의 계약체결의 자유를 불합리하게 제한하거나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이를 종합하면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된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을 인정할 수 있고, 기간제법이 시행됐다고 해서 그 이후에 신규로 채용된 기간제 근로자에게는 재계약이 체결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부정된다거나 총 사용기간이 2년을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인정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

나. 참가인(기간제 촉탁직 근로자)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

참가인은 입사 후 자동차의 쇼바(쇼크업소버)·배터리·백시트를 장착하는 업무를 수행했고 이들 업무의 객관적인 내용 자체는 원고가 영위하는 자동차 제조업의 특성상 상시적·계속적으로 필요한 업무에 해당하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업무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시적으로 촉탁계약직을 사용해 왔을 뿐만 아니라 업무가 상시적이고 계속적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업무 자체의 객관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당해 업무에 인력을 충원한 필요성이 한시적인지 여부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하청업체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하는 과정에서 신규 교육훈련 등으로 일시적인 공백이 생기는 경우나 휴직·정직 등으로 공백이 생기는 경우에 정규직 직원이 충원될 때까지 공백이 생긴 당해 업무에 한시적으로 인력을 사용할 필요성이 있으며, 원고로서는 이러한 일시적 인력수요를 정규직 근로자를 채용해 대처할 수도 있을 것이나, 기간제법의 입법취지가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처우를 금지하고 남용을 규제하는 것과 함께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조화를 도모하는 데에도 있으므로, 원고가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정규직이 아니라 총 사용기간이 2년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촉탁계약직을 채용하는 것이 기간제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아울러 원고가 촉탁계약직 근로자에게도 정규직 근로자에 준하는 임금과 복지혜택 등을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등 원고가 단순히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정규직 근로자 대신 촉탁계약직 근로자를 채용한 것이라고 하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참가인이 수행한 업무 자체가 상시적이고 계속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참가인 자신이 이들 업무를 2년을 초과해서까지 계속 수행할 것에 대해 정당한 기대를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참가인에게는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재계약이 체결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될 수 없다.

2.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갱신기대권 법리가 적용되는지 여부

가. 쟁점

2007년 1월1일부터 기간제법이 시행됐는데, 종전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 법리가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적용되는지 문제가 된다.

나. 종래 법원의 판결

1) 대법원은 “기간제법 시행으로 사용자가 2년의 기간 내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고, 기간제 근로자의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할 경우 그 기간제 근로자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되더라도, 위 규정들의 입법 취지가 기본적으로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려는 데 있는 점을 고려하면 기간제법 시행만으로 그 시행 전에 이미 형성된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배제 또는 제한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결(대법원 2014.2.13 선고 2011두12528, 2011두19550 판결)한 바 있다.

2) 서울고등법원 2014.11.6 선고 2013누53679 판결은 “기간제법 시행으로 사용자가 2년의 기간 내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고, 기간제 근로자의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할 경우 그 기간제 근로자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되더라도, 위 규정들의 입법 취지가 기본적으로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려는 데 있는 점을 고려하면, 기간제법의 시행이 곧 재계약의 정당한 기대권의 형성을 막는다거나 이미 형성된 재계약의 기대권을 소멸시키는 사유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명확하게 기간제법 시행 이후 갱신기대권을 인정하는 판단을 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 2014두45765(원고 재단법인 함께일하는재단) 사건으로 계속 중이고 이달 10일 오후 2시로 판결선고기일이 지정돼 있다.

다. 대상판결 판단의 의의

대상판결은 회사가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는 갱신기대권 법리가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한 데 대해, 기간제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갱신기대권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3. 이 사건에서 참가인(기간제 촉탁직 근로자)의 갱신기대권 부정 판단의 문제점

이 사건에서 법원은 참가인의 갱신기대권을 부정했는데, 법원 판단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소송 과정에서 회사가 제출한 촉탁계약직 사용사유와 인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 기준 회사가 사용하는 촉탁계약직 직원은 전체 합계 2천860명이다. 그중 휴직·파견·정직 등(한시 TO)을 이유로 사용하는 인원은 960명에 불과하고, 전출·사직·생산소요(정규 TO)를 이유로 사용하는 인원이 1천900명에 달했다. 그럼에도 법원은 “회사가 하청업체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하는 과정에서 신규 교육훈련 등으로 일시적인 공백이 생기는 경우나 휴직·정직 등으로 공백이 생기는 경우에 정규직 직원이 충원될 때까지 공백이 생긴 당해 업무에 한시적으로 인력을 사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사실관계와 배치되는 판단을 했다.

둘째, 법원은 “회사가 촉탁계약직 근로자에게도 정규직 근로자에 준하는 임금과 복지혜택을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등 단순히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정규직 근로자 대신 촉탁계약직 근로자를 채용한 것이라고 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회사가 촉탁계약직 근로자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근로기준법상 해고제한 규정을 잠탈하는 데 있다. 즉, 회사는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할 일자리에 기간제 촉탁직을 2년 한도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해고제한 규정 적용을 회피하고 무분별하게 비정규직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법원은 이와 같은 이 사건의 본질과 핵심을 간과한 판단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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