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동 노동자투쟁연대 대표

공무원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해 공적 활동의 대부분을 보낸 사람. 40년 공직을 복직하지 못하고 퇴직한 공무원 해고자. 몸살림운동을 시작해 몸펴기생활운동의 사부님이 된 사범. 공무원노조 전 위원장이자 사단법인 몸펴기생활운동협회 상임이사 권승복.

권승복은 한국전쟁이 휴전된 지 몇 년 지나지 않은 시기에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1976년 갓 스무 살의 나이로 9급 공무원 공채로 임용돼 원주시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조국에 대한 충성심을 가진 전근대적이고 보수성이 강한 전형적인 공무원이었다고 자평한다. 1년 365일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술과 담배, 그리고 외부 활동에 전념하다 보니 가정일에 관심조차 갖지 못할 정도였다며 회한에 잠기기도 한다.

상명하복의 관료적 체계 내에서 일만 하던 공무원이 노동자 입장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평가할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있었다. 2000년 11월29일 설립된 원주시공무원직장협의회의 초대 회장으로 선출된 것이다. 인식변화의 결정적 계기였다. 노동조합에 대해 잘 몰랐을 때라 직장 친목회 회장 정도로 편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권승복은 강원도 전역을 발로 뛰면서 시·군 지부 조직을 급속도로 확대했다. 이어 9천여 조합원이 가입한 강원도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강공련)이 출범했다. 2002년 3월23일 마침내 정부와 경찰의 탄압을 뚫고 고려대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창립됐다. 그는 초대 집행부 부위원장으로 선출돼 활동을 시작했다.

이 시기에 발전파업으로 명동성당에서 농성 중이던 필자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공무원노조 초대 집행부 농성장이 바로 발전노조 농성장이었다. 2002년 11월5일 공무원노조가 최초로 연가파업을 할 때에는 기자회견 직후 연행돼 구속됐다. 서울구치소를 출소한 권승복이 필자의 수번인 160번을 물려받았다고 해서 서로 한참 웃었다. 필자는 “행운의 번호를 물려받아서 일찍 출소하신 거예요”라고 농을 던졌다.

권승복은 잠시도 쉬지 않았다. 2004년 3월부터 공무원노조 2기 부정부패추방운동 본부장을 맡았다. 필자는 공공연맹 위원장으로서 같은해 11월15일 공무원노조 총파업을 함께했다. 그는 두 번째로 구속돼 원주교도소와 춘천교도소에 수감됐다. 치열했던 공무원노조 출범과 투쟁 과정은 공무원 권승복이 노동자 계급의 관점에서 역사와 사회변혁의 안목을 성장시키고 실천에 접목하는 과정이었다.

2006년 3월1일 공무원노조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민주노조운동의 중심에 서게 됐다. 4월20일 민주노총 가입 등 그의 활동은 민주노조의 원칙과 공무원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일관된 실천의 연속이었다. 2007년 6월 서울 광화문 공무원노조 단식농성장 등에서 접한 몸펴기생활운동은 권승복의 평생 활동이 된다. 그가 26일 단식투쟁을 하는 동안 필자와 해고자들은 동조단식을 포함한 연대활동을 했다. 당시 몸펴기생활운동 사범이었던 이승원 노동자역사 한내 사무처장(당시 공해투 수석부위원장)과 많은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새롭다. 시작은 필자가 조금 일찍 했지만 나중에 그가 사범이 된 후에는 많은 활동가·해고자,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사부님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일반인들에게도 몸펴기생활운동이 굉장히 많이 확산됐다. 권승복 사범은 오늘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에게서 운동하라는 잔소리를 귀가 따갑도록 듣는다. 항상 실천이 문제지만 정겹고 고맙다.

권승복은 2016년 6월30일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지 40년 만에 해고자로 퇴직했다. 공무원 노동기본권과 민주노조운동에 헌신하며 긴 해고생활을 했고 원직복직을 미완의 과제로 남겼다.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비영리단체 법인 몸펴기생활운동협회 상임이사직을 맡아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회적 약자와 노동자·농민·서민의 건강권 증진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는 노동자역사 한내 이사, 구속노동자후원회 고문,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역에서는 이형섭 공무원노조 원주시지부장과 조합원들에게 든든한 지도위원이다. 퇴직은 그야말로 형식적 절차와 일회성 행사일 뿐이다. 변함없이 모범을 보이고 있다.

“노동계급의 역사에서 민주노조운동과 공무원노조가 열사들과 선배들의 정신을 올곧게 계승하기를 바라고, 저도 후배들에 의해 빛과 소금의 일익을 담당했다고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퇴직 후에도 겸허하지만 치열하게 활동하는 공무원 해고자 권승복. 몸펴기생활운동을 통해 노동자들과 민중들이 건강하기를 바라는 사범 권승복. 멋진 삶과 운동에 박수를 보내며 건승을 기원한다.



노동자투쟁연대 대표 (hdlee2001@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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