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영구 변호사(전교조 상근변호사)

평소 페이스북을 종종 한다. 퇴근길 버스에 오르면 자연스럽게 휴대전화를 꺼내 페이스북을 보곤 한다. 종이신문을 챙겨 볼 여유가 없었거나, 종이신문을 봤다 하더라도 요즘 무엇이 쟁점이 되고 있는지, 지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선거 시기가 되면 페이스북은 공직후보자에 대해 풍부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과거 후보자들이 어떤 말을 했는지, 그가 어떤 정책에 찬성하고, 어떤 정책에 반대했는지, 유용한 정보들이 많다. 그리고 이를 한 번 보고 모두 기억하지 못하는 나는 이들 정보를 저장해 두기 위해 공유하기를 한다. 재치 있는 만평이나 사안에서 논쟁의 지점을 잘 보여주는 기사나 분석글도 일단 공유해 둔다. 이후 다시 보거나 지금처럼 글을 쓸 때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런데 이같이 페이스북에서 정치 관련 기사를 공유했다가 선거운동 혐의로 기소가 된다면? 예컨대 선거 전 새누리당 의원들이 단체로 무릎을 꿇은 사진과 선거 후 국회의원이 위세를 과시하며 고급승용차에서 내리는 사진을 'before, after'로 대조한 사진을 보고 쓴웃음이 나와 공유를 했다. 그랬더니 선거운동 혐의로 기소가 된다면?

특별한 선거운동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여느 때처럼 퇴근 후 페이스북을 보며 ‘좋아요’를 누르거나 기사를 공유하던 평범한 교사들이 하루아침에 선거사범이라는 중범죄자가 돼 법정에 서게 됐다. 세월호 참사 여론조작 주동자로 지목된 바 있는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간부가 총선 직후 전교조 교사 70여명을 페이스북상 선거운동 혐의로 고발했기 때문이다.

애당초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은 교사 70여명을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그러자 선관위는 고발된 교사들을 불러 조사한 후 수사 의뢰 없이 자체 종결 처리를 했다. 수사 의뢰할 정도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고발단체는 선관위 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며 재차 60여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결국 60여명의 교사들은 다시 검찰청으로 불려가 내가 왜 페이스북에서 이 기사를 공유했는지, 그 동기와 이유가 무엇인지 몇 시간 동안 검사 앞에서 설명해야만 했다. 그리고 선거사범 공소시효 6개월이 만료되기 직전인 10월 초 20여명의 교사가 기소됐다.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은 대부분 교사인 피의자들이 새누리당 의원들의 무릎꿇기를 풍자한 만평을 공유하거나 정치 관련 기사를 공유했다는 것이었다.

며칠 전 주말집회에 2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거리에 나선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외쳤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 가운데는 당연히 교사들도 있었다. 교사 역시 민주공화국에서 주권을 가진 국민이기 때문이다.

교사는 정치에 대해 고민해서도 말해서도 행동해서도 안 되는, 교육부 관료가 말하는 ‘개돼지’가 아니다. 교사 역시 공동체의 정책과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고, 또 참여해야 하는 구성원이다. 교사는 교사이면서 동시에 국민인 것이다. 따라서 근무시간이 아닌 때에, 근무장소가 아닌 장소에서, 교사의 지위를 이용하지 않은 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 정치적 활동은 마땅히 보장돼야 한다.

프랑스는 교원 임용에서 프랑스 공화국의 가치를 설명하고 가르칠 수 있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평가한다. 교사야말로 공화국의 가치를 수호하고 계승할 책무가 있는 시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교원은 공화국의 가치에 대해 말하거나 행동했다가는 교사 자격 자체를 박탈당할 수도 있다.

같은 공화국임에도 프랑스 교사와 대한민국 교사의 처지가 이토록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오늘도 여전히 많은 국민이 거리에 나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외치는 이유이자, 앞으로도 더 많은 국민이 거리로 나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외쳐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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