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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스케치-박근혜 퇴진 캠프촌 풍경] 서울 광화문광장 한가운데서 대통령 퇴진을 외치다첫날 경찰에 텐트 뺏겨 노숙촌 되기도 … 광장 바닥에 대형 '下野' 글자 눈길
배혜정  |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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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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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택용

지난 4일 밤 '박근혜 퇴진 캠프촌'이 꾸려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 은박매트 위로 응급용 보온포를 뒤집어쓴 예닐곱 명이 옹기종기 앉아 '인증샷'을 찍어 주며 추위를 이기고 있었다. 정수리만 보일 정도로 침낭 속에 쑥 들어가 쪽잠을 청하는 이도 보였다. 박근혜 퇴진 캠프촌. 개장 첫날은 이름과는 달리 텐트 하나 없는 노숙촌 혹은 비박촌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촌' 입주자들의 표정은 여느 럭셔리 캠핑촌에 온 사람들 못지않게 즐거워 보였다.

◇캠프촌? 노숙촌!=캠프촌은 이날 오전 같은 자리에서 '박근혜 퇴진 시국선언'을 한 문화예술인들이 긴급행동 차원에서 제안한 것이다. 캠프촌 제안자인 송경동 시인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조성된 하야 정국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동료 예술인 몇몇이 소통을 했다"며 "광화문광장을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가는 민주주의 광장, 해방 광장으로 만드는 데 예술가들이 마중물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1987년 6월 항쟁의 거점 역할을 한 명동성당이나 2011년 미국 아큐파이 시위의 거점이었던 뉴욕 맨해튼 주코티공원처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투쟁하는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캠프촌 첫날은 녹록지 않았다. 시국선언 기자회견이 끝난 후 문화예술인들이 1인용 텐트를 치려 하자, 경찰은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위반"이라며 30여동의 텐트를 모두 압수해 갔다. 텐트 철거에 항의하던 노순택 사진작가는 경찰에 사지가 붙들린 채 끌려 나왔다. 곳곳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결국 텐트 없이 광장에 앉은 문화예술인들은 날이 저물자 은박매트를 공수해 왔다. 맨몸 버티기에 돌입한 것이다.

송경동 시인의 제안에 공감해 사흘치 짐을 싸서 나왔다는 노순택 작가는 "대통령의 비대통령화야말로 '비정상의 정상화'의 첩경"이라며 "박근혜씨도 그 사실을 빨리 알아야 할 텐데 (모를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판화가 이윤엽 작가도 사흘치 등짐을 싸 왔다. 이 작가는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 내 이름이 빠져 있어 한동안 우울했다"고 농을 던졌다.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는 청와대가 진보적 문화예술인들의 창작지원 배제 등 정치적 검열을 위한 명단을 만들어 문화체육관광부에 내려보냈고, 실제 문화정책 집행현장에서 이를 활용한 사건이다. 세월호 참사 관련 시국선언을 했거나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과 2014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 지지선언을 한 9천473명이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 이 작가는 "블랙리스트에 내 이름이 없어 자존심이 상한다"며 "요즘 블랙리스트에 들어가려고 각종 선언마다 열심히 서명을 하고 있다"고 웃었다.

밤 10시가 넘자 세월호에 풍선을 단 그림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로 유명한 신주욱 작가가 하얀색 시트지 조각들을 들고 광장에 왔다. 신 작가는 광장 바닥에 가로세로 40센티미터 가량의 하얀색 시트지 조각들을 이어붙여 가로세로 9미터짜리 대형 '下野(하야)' 글자를 완성했다. 신 작가는 "말로 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안들으니, 청와대에서 읽어 보라고 '하야' 글자를 붙였다"고 말했다.

◇"장기숙박 환영합니다"="페이스북 보고 왔습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각, 한 여성이 머뭇거리며 신발을 벗고 은박매트 위로 올라왔다. 유흥희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과 전 분회장인 김소연씨가 무릅덮개와 주전부리를 주며 맞았다. 연극인 김현진씨는 낮부터 SNS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문화예술인 시국선언과 텐트 압수 상황을 보며 속을 끓이다 연습이 끝나자마자 서초동에서 한달음에 달려왔다고 했다. 농성장에 아는 사람은 없었지만 자리를 채워 힘을 보태고 싶었단다. 김씨는 "요즘 뉴스를 보니 정말 그들 머릿속에 국민은 아예 없없다"며 "깊은 절망과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말했다.

이날 밤새 김씨 같은 이들이 농성장에 들렀다 가거나 밤을 지새웠다.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 관계자들은 영화제 물품을 가져와 다큐멘터리 영화를 틀어 주며 긴 밤 한자락을 책임졌다.

송경동 시인은 "캠프촌은 문화예술인만의 공간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이라며 "따뜻한 담요나 텐트, 이불만 가지고 오면 된다"고 설명했다. 송 시인은 "캠프촌에서는 일일숙박도 가능하지만 장기숙박은 더욱 환영받는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라"고 귀띔했다.

한편 문화예술인들은 5일 오후부터 광화문광장에 다시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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