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전여옥이란 작가 출신의 정치가가 있었습니다. 한때는 우아한 미소만 지으며 말을 아끼는 것처럼 보이는 박근혜를 좋아해 스스로 측근이 됐다지요. 그런데 따라다녀 보니 아니었답니다. 맹탕이고 가짜였으니까요. 결국 그는 박근혜를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떠나면서 용기를 내어 박근혜에 대한 솔직한 자기 견해를 밝힙니다. 자기처럼 또 오판해서 실수를 저지르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겠지요.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기 전 일이었습니다.

그때 그가 남긴 말은 지금도 ‘전여옥 어록’이란 이름으로 인터넷에 떠돌고 있습니다. 그중 몇 가지만 인용해 보겠습니다.

“박근혜 위원장의 자택 서재를 둘러보고, 박 위원장의 지적 인식능력에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서재에 일단 책이 별로 없었고, 증정받은 책들만 주로 있어 통일성을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여기가 서재인가’하는 생각을 했다.”

“박근혜는 늘 짧게 대답한다. ‘대전은요?’ ‘참 나쁜 대통령’ 등. 국민들은 처음에는 무슨 심오한 뜻이 있겠거니 했다. 그러나 사실 아무 내용 없다. 어찌 보면 말 배우는 어린애들이 흔히 쓰는 ‘베이비 토크’와 다른 점이 없다.”

“박근혜는 대통령이 될 수도, 되어서도 안 된다. 정치적 식견, 인문학적 콘텐츠도 부족하고, 신문기사를 깊이 있게 이해 못한다. 그녀는 이제 말 배우는 어린아이 수준에 불과하다.”

“박근혜 위원장은 자기의 심기를 요만큼이라도 거스르거나 나쁜 말을 하면,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 그가 용서하는 사람은 딱 한 명, 자기 자신이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돼서 보여준 여러 가지 행태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써 준 연설문도 잘 못 읽는다든가,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 등의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나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처럼, 끝까지 찍어내는 그 지독함의 연원을 알 것 같습니다. 또 그녀는 왜 최순실에게, 대통령으로서 최소한 자기가 직접 해야 할 일을, 꼭 물어보고 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그녀는 병적인 자질부족으로,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이었음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전여옥은 그의 어록 마지막 부분에서, 이렇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한 번 속으면 속인 사람이 나쁜 놈입니다. 그러나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입니다.”

결국 우리 국민은 모두가 바보가 됐습니다. 최순실과 벌인 국정농단의 말도 안 되는 상식 이하의 행태가 하나하나 드러나면서, 국민은 경악을 넘어 부끄럽고 참담한 지경에 이르게 됐습니다. 아니 국민뿐만 아니라 나라꼴이 엉망이 됐습니다. 경제는 파탄 지경이고 국방은 일촉즉발 위태롭게 됐습니다.

그러한 박근혜를 등에 업고 국가정보원 등 정부기관을 동원해 부정선거로 대통령에 당선시키고, 대통령이 된 뒤에도 그런 정황을 알면서도, 대통령이란 막강한 지위를 이용해 권력을 누리고, 같이 국정을 농단한 청와대 비서실 인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새누리당이나 수구세력들도 모두 공범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실상이 이러함에도 박근혜 패거리들은 또 어물쩍 넘어가려고 잔꾀를 부리고, 정치적 잇속을 계산하며 보수 야당들도 이에 동조하려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박근혜는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교양 등을 속이고 대통령이 됐습니다. 다시 말해 커닝을 해서 시험을 본 것이죠. 최순실이 전화나 메일 등으로 답을 가르쳐 준 것이 다 드러났습니다. 거기다가 정부기관까지 동원한 부정선거를 저질러 당선됐고, 당선된 뒤에도 국정농단의 악행을 계속했으니, 당연히 무효에다가 박근혜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들은 처벌받아 마땅합니다.

박근혜는 지금 청와대에 있을 처지가 아닙니다. 하루빨리 명명백백 밝혀진 사실들을 인정하고 스스로 물러나야 합니다. 그 다음 하와이로 가든 백담사로 가든 알아서 할 일입니다. 착한 우리 국민은 그 정도는 용납할 것입니다. 이제 답 가르쳐 줄 사람도 없습니다. 한 번이라도 나라를 위해 부디 스스로 판단하기 바랍니다.



전태일재단 이사장 (president11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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