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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주디스 멀킨슨 미국 위안부정의연대 집행위원] “일본군 위안부 11개국 피해자들과 연대해 재협상해야”한국만이 아니라 국제여성인권의 문제 … 미국 내 기림비 건립활동 일본 방해 집요
▲ 연윤정 기자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11개국의 피해자들이 아직도 살아 있습니다. 국제여성인권의 문제예요. 한국은 11개국 피해자들과 연대해 일본과의 재협상을 준비해야 합니다.”

일본군 위안부는 국제여성인권의 문제임을 강조하며 제대로 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미국에서 한국을 찾은 사람들이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중구 호텔마누에서 김현정(47·사진 오른쪽)·주디스 멀킨슨(66) 미국 위안부정의연대(CWJC) 집행위원을 만났다.

김현정 집행위원은 2013년 로스앤젤레스 인근 글렌데일 소녀상 건립운동을 주도한 가주한미포럼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글렌데일 소녀상은 미국에서 네 번째로 세워진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다. 가주한미포럼은 2007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조직된 한인단체다.

주디스 멀킨슨 집행위원은 우리나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성격이 비슷한 전국변호사협회(National Lawyers Guild) 부회장 출신이다. 전시 성폭력과 인신매매 문제를 포함한 인권운동을 오랫동안 벌여 왔다. 중국을 거쳐 한국을 방문한 두 집행위원은 지난 2일 일본으로 떠났다.

미국 내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7호 추진 중

- 위안부정의연대는 한국에서 생소한 단체다. 어떤 곳인가.

김현정 :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위안부정의연대는 지난해 8월 중국계인 릴리안 싱·줄리 탕 샌프란시스코 법원 판사가 주도해서 만들어졌다. 두 사람은 판사직에서 은퇴하고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중국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가 크다. 한국계 사람들이 운동하는 것을 보고 위안부정의연대를 결성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건립과 여성인권 향상을 목표로 한 20여개 다인종단체들의 연합체다. 샌프란시스코에 미국에서는 7호인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 미국 내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현황을 알려 달라.

김현정 : 2010년 뉴저지주 팰리세이즈 파크에 가장 먼저 기림비를 세웠다. 뉴욕주 롱아일랜드(2호), 뉴저지주 버겐카운티(3호), 글렌데일(4호),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5호), 뉴저지주 유니온시티(6호),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에서 7호를 추진하고 있다. 사유지에 세워진 것은 제외했다. 모두 주나 시정부가 제공한 공유지에 건립한 것이다.

위안부정의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샌프란시스코 시의회에서 결의안이 통과된 뒤 모금액이 40만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인 커뮤니티에서 10만달러를 보냈다고 한다.

- 샌프란시스코 기림비 추진은 잘되고 있나.

주디스 멀킨슨 : 처음엔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누가 반대하겠나. 상식적인 문제 아닌가. 그런데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한 단계씩 나아갈 때마다 일본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시의회 공청회에서 일본계 사람들이 반대발언을 많이 했다. 그들은 기림비를 설치하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계 사람들이 강제로 수용된 전례처럼 일본인을 타깃으로 하는 인종차별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글렌데일 소녀상이 건립된 뒤 그런 인종차별은 없었다.

일본군 위안부가 매춘부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자발적으로 간 거라고도 했다. 또는 성노예는 사실이지만 일본 정부는 관계없다고 주장한다. 어떤 이는 한국군의 베트남전 참전을 언급하면서 다른 나라도 다 그렇다고 했다. 미군이 베트남에서 어떻게 했는지에 관한 언급은 피하면서.

“일본군 성노예 11개국 50만명 육박, 사료 발굴”

주디스 멀킨슨 집행위원은 “최근 발굴되는 역사적 자료를 보면 일본군 성노예가 11개국 50만명에 육박한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며 “이 중 중국인만 20만명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한국인이 전체 일본군 위안부의 80%를 차지한다고 알려졌는데 이를 완전히 뛰어넘는 수치다. 아시아 각국 곳곳에 피해자들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주디스 멀킨슨 집행위원은 “국적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단 1명의 여성이라도 국가가 저지른 반인륜 범죄이자 성노예 범죄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일본의 방해공작은 정말 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현정 집행위원에 따르면 현재 글렌데일 소녀상 철거소송이 진행 중이다. 2014년 4월 연방법원에 소장이 접수돼 기각됐지만 같은해 9월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했다. 이때 캘리포니아주 법원에도 철거 소장이 접수됐지만 이듬해 2월 기각됐다. 올해 8월 연방항소법원은 소송을 기각했다. 철거소송은 캘리포니아주 항소법원에 계류 중이다.

- 한일 정부의 12·28 합의 영향은 없나.

김현정 : 왜 없겠나. 기림비만 세우는 게 목적이 아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가르치도록 교과과정 개정운동을 한 이유다. 그런데 공청회를 비롯한 절차를 마무리한 시점에 부교육감이 한일 정부의 12·28 합의를 언급하면서 (교사들이 보는) 교과과정 지침에 일본 외무성 웹사이트에 있는 합의안을 링크로 걸었다. 링크를 빼는 작업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다시 공청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대신에 반대의견이 있다는 내용을 집어넣으려고 노력 중이다.

한일 정부 합의, 일본측 기림비 방해 근거로 제시

위안부정의연대 관계자들은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7일까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연대를 모색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 일본을 연쇄적으로 방문한다. 지난달 17일부터 24일까지는 중국에 머물렀다.

- 위안부정의연대가 한중일을 잇따라 방문한 이유는.

김현정 :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지난 25년간 한국이 주도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한일 정부 12·28 합의 뒤 마치 끝난 것처럼 왜곡하거나 축소시키려고 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여성인권의 문제다.

그렇기에 한국 정부가 대표로 일본 정부와 합의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제대로 된 합의란 11개국 피해자들이 모두 협상테이블에 앉은 상태에서 일본 정부 대 나머지 국가의 피해자들이 포괄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한중일 관계자들과 함께 이 같은 해법을 모색할 것이다.

김현정 집행위원은 “아직도 필리핀·중국·대만·인도네시아·동티모르에 피해자들이 살아 있다”며 “한국은 다른 나라들과 연대해서 재협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지금도 전시 성폭력 문제가 이뤄지는데 그 뿌리가 바로 국가 주도로 대규모 시설을 설치하고 성병검사까지 직접 한 일본군 위안부”라고 꼬집었다.

주디스 멀킨슨 : 일본군 위안부 이후 군사시설 주변에 기지촌이 생겼다. 전쟁에서 여성을 성노예로 쓴 원조는 일본군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그런 시스템을 이용했다. 한국전쟁 때나 지금도 있는 미군 기지촌도 이와 연관돼 있다. 위안부 시스템을 만들고 범죄를 저지른 주체인 일본 정부가 책임지고 사죄해야 한다.

“최대 피해국 중국도 관심 갖고 목소리 내기 시작”

- 중국의 반응은 어떤가.

김현정 : 중국은 이제 막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인식하는 단계다. 중국은 2차 세계대전 때 일본과 전쟁을 한 당사자이다 보니 워낙 큰 피해를 입었다. 그래서인지 위안부 문제는 상대적으로 작은 문제로 다뤄져 왔다. 세계적으로 여성인권 문제가 부각되고 미국에서도 이슈화가 되니까 중국도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중국에서도 강한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주디스 멀킨슨 : 우리가 방문했을 때 중국 상하이에서 한중 소녀상 제막식이 열렸다. 일본 영사관이 제막식을 하지 말라고 중국 외무성에 압박을 했다고 들었다. 중국 상하이 사범대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초청받아 미국에서 진행되는 활동을 소개했다.

- 한국에서의 성과는.

김현정 : 25년간 축적해 온 운동의 성과가 있는 만큼 할머니들과 지원단체·박물관·수요집회·나눔의집을 찾았다. 고려대에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도 했다. 국회 여성평화외교포럼 소속 의원들과 간담회를 했다. 그 자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온 한국이 11개국을 묶어 제대로 된 해법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회의원들이 공감해 줬다.

주디스 멀킨슨 : 이번에 할머니들을 만나면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할머니들 연세가 많다. 할머니들을 위해 정의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만났다. 서울시와 샌프란시스코는 자매도시다. 샌프란시스코 기림비 제막식 때 오시라고 했다. 물론 제막식이 언제 열릴 지는 아직 모른다.

“한국만의 문제 아냐 … 11개국 피해자 연대 앞장서야”

- 일본으로 떠난다. 일본에서의 계획은.

주디스 멀킨슨 :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오사카와 도쿄에서 이용수 할머니를 포함해 다른 나라 피해자들도 참여하는 콘퍼런스가 열린다. 일본에서는 활동가들 생각이 다 같지 않다. 그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또한 그들과 협조해서 앞으로 전략을 같이 공유하고 연대의 끈을 마련하고자 한다. 일본에서는 위안부 문제가 인화성 있는 이슈다. 우리가 방문하려는 여성박물관에 폭탄테러 협박이 있었다고 한다.

- 샌프란시스코 기림비 건립 이후의 계획은.

주디스 멀킨슨 : 궁극적인 목표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것이다. 일본이 책임져야 한다. 그 과정에서 다른 나라 피해자·활동가들과 연계해 활동하고 제대로 된 교육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글·사진=연윤정 기자

연윤정  yjyo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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