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내년 말 1천50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31일 발표한 ‘국내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가계부채 규모는 1천257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3조원 늘었다. 가계소득 증가속도보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뜻이다. 지난해 가계소득 증가율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인 2.6%에 못 미치는 1.6%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0.9% 증가에 그쳤다.

연구원이 GDP와 소비자물가지수·CD금리·주택가격지수·가계부채 추이 등을 분석한 결과 올해 말 국내 가계부채 규모는 지난해 말보다 10.6% 늘어난 1천33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내년 말에는 9.8% 증가해 1천46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가계소득이 부진에 따른 저소득층의 대출 확대가 가계부채를 늘린 원인 중 하나다. 저소득층인 1·2분위의 생활비 마련과 부채상환을 위한 신용대출 비중은 2012년 54.3%·41.9%에서 지난해 61.6%·48.0%로 각각 7.3%포인트, 6.1%포인트 상승했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빚을 내 주택을 구매한 가계가 늘어난 결과로도 해석된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1.25%로 역대 최저치고, 주택담보대출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도 2010년 3.88%에서 현재 1.35%까지 떨어졌다. 반면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올해 1월 112.4포인트까지 급락한 뒤 반등해 지난달 134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날 발표대로라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부터 내년 말까지 5년간 늘어난 가계빚은 496조원에 달한다. 노무현·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 증가한 액수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연구원 관계자는 “정부 정책 수립시 상대적으로 채무불이행 위험이 높은 저소득층의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일자리 대책과 서민금융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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