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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만드는 사람들의 도시이지영 변호사(법무법인 덕수)
▲ 이지영 변호사(법무법인 덕수)

도시를 대표하는 공장이 대량해고를 하면 어떻게 될까. 마이클 무어의 <로저와 나>를 보면 알 수 있다. 그의 고향 미시건주 플린트시에는 GM 공장이 있었다. GM은 가장 호황일 때 임금이 80% 낮은 멕시코로 공장을 옮기기 위해 인근 11개 공장을 폐쇄하고 인원을 50% 감원했다(약 3만3천명). 도시 실업률이 25%나 증가하고 자살·범죄가 이어져 2만8천명의 시민들이 집을 버리고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 ‘나(마이클 무어)’는 GM 회장 때문에 고향이 폐허가 됐다고 생각한다. GM 회장인 로저 스미스를 만나기 위해 회의장·골프장·사냥클럽·요트클럽을 찾아다니지만 좀처럼 로저를 만날 수가 없다.

전국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시위’가 열린 10월29일 거제에 희망버스가 갔다. 그곳에서 조선하청노동자 대량해고 저지 시민사회대책위원회(조선하청대책위)가 주최한 ‘하청노동자 대행진’이 열렸다.

조선회사는 하청노동자의 공장이다. 2000년 조선부문 노동자수는 7만9천776명(직영 5만3천816명+하청 2만5천960명)이었으나, 2014년 20만4천996명(직영 7만152명+하청 13만4천844명)으로 늘었다. 직영 노동자가 1만7천여명 증가한 데 비해 하청노동자는 10만9천여명이나 증가했다(2015년 조선자료집).

조선회사는 하청노동자에게 죽음의 공장이다. 하청업체 사장이 걸핏하면 폐업하고 도망치는 탓에 하청노동자는 임금과 퇴직금도 못 받는다. 하청노동자는 가장 위험한 작업에 배치돼 목숨을 걸고 일한다. 올해 5월까지 7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다(1974년 이후 현대중공업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396명이다).

2014년부터 해양플랜트 발주가 급감하고, 조선 3사(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의 경영부실이 드러났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정규직부터 감원하기 시작했다(이 와중에도 대우조선해양은 임원 연봉을 4억6천만원에서 7억5천900만원으로 올렸다).

하청노동자는 더 심각하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 말부터 최근까지 사내하청 노동자 8천530명을 해고했다. 같은 기간 대우조선해양은 사내하청 노동자 5천340명을 잘랐고, 해양플랜트 사업이 마무리되는 올해 5월에는 1만여개의 사내하청 일자리가 사라졌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2017년까지 5만6천명에서 6만3천명의 하청노동자가 직장을 잃을 것으로 예상한다. GM이 문을 닫은 플린트시의 거의 두 배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가하락으로 조선산업의 위기가 시작됐다. 여기에 정부와 경영진의 부실경영(수익성 없는 해양플랜트 무리한 수주, 설계 및 시공역량 미흡, 업체 간 과당경쟁)이 더해졌다. 무엇보다 호황기에 하청노동자를 급속히 늘려 기술력 축적과 숙련인력 확보를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자본과 정부는 노동자 6만명을 대량해고해 자신의 부실경영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리고 있다. 이미 우리는 외환위기와 한진중공업·쌍용자동차 대량해고 이후 노동자와 가족이 겪는 고통을 숱하게 봤다. 이는 한 가족의 비극이 아니다. 사회적인 문제다.

이에 하청노동자노조인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준)와 종교계,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주축이 된 조선하청대책위가 만들어진 것이다. 조선하청대책위의 4대 요구안은 다음과 같다.

"원청사업자가 하청노동자 임금과 고용을 책임질 것, 하청 중심 생산구조를 전면 개조할 것, 자본이 위기를 책임지고 비용을 부담할 것, 정부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실업대책을 세울 것."

해고는 사회적 살인이다. 대량해고는 집단학살이다. 대량해고 이후 28명이 자살과 병으로 숨진 쌍용차 사태를 보면 이 말은 결코 은유가 아니다.

죽음의 공장에서 투쟁의 깃발을 올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준) 노동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조선하청대책위 투쟁에 관심과 연대가 필요하다. 배 만드는 사람들의 도시가 유령도시가 되지 않도록.

이지영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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