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7.11.23 목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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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친구가
   
소식 뜸하던 동기가 전화를 걸어왔다. 대뜸 이게 나라냐고 묻고는 말이 없다. 질문의 꼴을 갖췄지만 답이 필요한 게 아니라는 걸 서로 알았다. 한숨이 같이 깊었고 적막이 길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 소식이 들려온 날에도 그 친구와 나는 별말이 없었다. 먹던 밥을 다 남기고 나와서 멀뚱히 선 채로 연기만 삼키고 뿜었다. 한동안 연락 없던 후배가 늦은 밤 전화했다. 혀가 좀 꼬였던데, 그냥 했단다. 허허 실없이 웃기만 했다. 술 한잔 할 때가 됐다고만 답하고 말았다. 밥벌이의 비루함과 아이 키우는 얘기며 갑작스러운 부고 따위 정보를 나누던 동아리 단체채팅방이 그날 들끓었다. 사람들은 말하고 싶었고, 들어 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부끄러움과 참담함은 언제나처럼 우리의 몫이었다. 밥벌이 바빠 꾸역꾸역 살아가던 사람들이 오랜만에 얼굴 한번 보자고 했다. 언젠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조항을 노랫말 삼아 불렀던 광장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약했다.

정기훈  photo@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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