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성모병원의 노조 탄압은 천주교 인천교구가 결자해지의 자세로 나서야 해결됩니다. 올해를 넘기기 전에 인천교구와 천주교가 나서 문제를 풀길 바랍니다.”

홍명옥(52·사진) 전 보건의료노조 인천성모병원지부 지부장의 말이다. 홍명옥 전 지부장은 해고노동자다. 1986년 인천성모병원에 입사해 30년간 간호사로 일했다. 2006년 임기 3년의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을 역임했다. 임기를 마친 후 지부로 돌아갔지만 병원은 그를 반기지 않았다. 노조 탄압 의혹도 일었다. 250명에 달하던 조합원은 11명으로 급감했다.

홍 전 지부장은 결국 병원의 명예를 훼손하고 장기 무단결근을 했다는 이유로 올해 1월 해고됐다. 병원은 지난해 4월 집단 괴롭힘 문제를 알린 것을 명예훼손으로 보고, 집단 괴롭힘 때문에 쓴 병가를 무단결근이라고 봤다. 홍 전 지부장은 집단 괴롭힘으로 인해 적응장애 진단을 받았다.

홍 지부장은 “병원의 곪은 문제가 터진 것뿐 내부고발을 한 적이 없다”며 “적응장애로 진단을 받고 병가와 노조에 보장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시간을 썼는데 병원이 무단결근으로 처리해 해고했다”고 설명했다. 해고 이후 인천지역 시민단체와 함께 인천성모병원 정상화를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5일 서울 경복궁 인근에서 홍 전 지부장을 만났다.

- 적응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했는데, 지금 상태는 어떤가.

“적응장애를 일으킨 요소들에서 격리되면 증상이 완화된다. 해고된 뒤로 좋아지더라. 10년 가까이 병원 운영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고 인천교구에도 갔지만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병원은 노조가 경영에 걸림돌이 된다고 본다. 병원에서 괴롭힘을 당한 것도, 해고된 것도 노조 활동 때문이다.”

- 병원은 어떻게 노조를 탄압했나.

“2005년 인천교구가 인천성모병원(옛 성모자애병원)을 인수하면서 병원 규모가 서너 배 커졌다. 직원도 500명에서 1천800여명으로 늘었다. 교구는 관동대(현 가톨릭관동대)를 인수했고 국제성모병원을 설립했다. 그런데 노조 탄압으로 조합원은 11명밖에 안 남았다. 조합원 11명이 직원 1천800명 규모의 병원을 상대로 싸우는 셈이다. 병원은 지부의 선전홍보 활동을 차단했다. 선전 활동은 우리 병원에 노조가 있다고 존재를 알리는 거다. 그런데 지부가 돌리는 유인물을 받는 직원을 병원 관리자가 혼냈다. 2012년 노동절을 맞아 지부가 과자와 음료수를 돌렸다. 선물을 받았던 직원들이 나중에 지부 사무실로 와서 돌려주더라. 병원을 운영하는 데 노조가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고 없애겠다고 마음먹은 것 같다.”

- 인천성모병원 정상화 투쟁을 하고 있다. 병원의 무엇을 정상화하겠다는 얘기인가.

“병원을 통해 수익을 내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인천시민들에게 신뢰받는 병원이 되려면 최소한 상식에 맞게 수익을 내고 병원을 운영해야 한다. 천주교가 운영하는 만큼 더 사랑받고 신뢰를 받아야 하지 않겠나. 합법적인 노조 활동을 보장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게 정상화다. 우리나라에서 사용자가 마음 독하게 먹고 노조를 없애려고 하면 살아남을 노조가 몇 개나 되겠나. 지금 200여개의 인천지역 시민단체가 연대하고 있다. 올해를 넘기기 전에 인천성모병원이 정상화되길 바란다. 하반기에 대대적인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인천성모병원 사용자들이 노조를 인정하겠다는 마음을 먹을 때까지 투쟁할 것이다. 차량을 이용해 인천지역 곳곳을 돌며 인천성모병원의 노조 탄압 문제를 알리겠다. 인천교구와 사용자들이 결자해지 자세로 나서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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