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주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2011년 7월 복수노조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어용노조가 이미 설립돼 있는 사업장에서 복수노조 금지로 민주노조 설립이 어려웠기 때문에 복수노조 허용은 민주노조를 설립하고자 하는 노동계의 오랜 열망이었다. 그런데 복수노조 제도가 규정되는 과정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도입되고 해석조차 불분명한 여러 조항이 노조법령에 규정됐고, 사용자들은 법의 허점을 악용해 노조 간 차별을 시작했다.

2014년 3월 한 사업장에 금속노조 지회가 설립됐다. 그 직후 제2노조가 설립됐고, 사용자는 지회장 등을 무단결근·연장근로 거부 및 연장근무 지시 불이행을 이유로 징계했다. 회사 간부들은 금속노조 지회 조합원들과 개별 면담을 하면서 지회를 탈퇴하고 제2노조에 가입하라고 압박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서 다수노조인 제2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됐는데, 사용자는 제2노조에게는 노조사무실을 제공하고 3명의 근로시간면제자를 인정해 준 반면 소수노조인 지회에게는 노조사무실 제공과 근로시간면제자 인정을 해 주지 않았다. 제2노조 또한 소수노조인 지회에 노조사무실을 제공하고 근로시간면제시간을 일부라도 인정해 주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다. 제2노조는 단체협약을 체결한 이후에도 지회 조합원수를 조합비 공제신청을 한 조합원수만 인정하겠다고 하면서 그 인원수 비율에도 현저히 못 미치는 근로시간면제시간을 일방 통보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용자는 노조게시판을 두 노조가 사용하도록 했는데, 제2노조는 지회 게시물이 자신의 게시물을 가렸다는 이유로 게시판 패명을 제2노조 이름으로 변경했다. 금속노조 지회는 이후 사용자와 제2노조에게 게시판 패명을 원래대로 변경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사용자와 제2노조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사용자와 제2노조는 그간 생산격려금 등 명목으로 지급해 왔던 금원을 단체협약 체결 직전 노사협의회에서 징계를 받은 자, 회사 명예를 실추시킨 자 등에 대해 지급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당시 피징계자들은 상여금을 받지 못했는데, 징계를 받은 직원들 대부분이 지회 조합원들이었다. 사용자와 제2노조는 단체협약 체결시에도 동일한 지급제외 조항을 넣었다.

지회는 사용자와 교섭대표노조인 제2노조의 이 같은 차별에 대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공정대표의무 위반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다. 노조법 제29조의4 제1항은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조 또는 그 조합원 간에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일부 인용하는 판정을 했고, 중앙노동위원원회는 전부 인용하는 판단을 했다.

서울행정법원은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에게 부과된 공정대표의무는 헌법이 노조와 근로자에게 부여하고 있는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능하며,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소수노조에게도 미치도록 하는 정당성의 기초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러한 공정대표의무의 기능에 비추어 볼 때 공정대표의무는 단체교섭 과정이나 그 결과물인 단체협약의 내용뿐만 아니라 교섭을 전후하여 노조 간 그리고 조합원 간의 이해를 조정하는 전 과정에서 준수돼야 한다. 한편 노조법은 사용자에게도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는 사용자가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전 과정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교섭대표노조를 우대하거나 소수노조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과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공정대표의무의 의미에 대해 판단했다. 이 사건 사용자와 교섭대표노조가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했고, 사용자의 이런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복수노조 아래에서 소수노조 조합원들은 여전히 사용자의 차별에 노출돼 있다. 법의 판단은 늦고 어떤 의미로는 미약하기도 하다. 복수노조를 법에 규정하고자 한 애초 취지는 사용자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노조와 그렇지 않는 노조를 차별하라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노조를 선택할 단결권을 보장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복수노조 시행 이후 정작 복수노조 제도는 사용자들의 탄압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노조법상 노조 간 차별을 제어하기 위한 법 해석의 정립뿐만 아니라 노조 간 차별에 대한 좀 더 엄격한 규제와 처벌 규정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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