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이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안건에 찬성하기로 한 가운데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 24일 공개서한을 통해 “국민연금은 찬성 입장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27일 열리는 삼성전자 임시주주총회에는 이재용 부회장 등기이사 선임안건이 상정돼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일 투자위원회에서 해당 안건에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지분 8.69%를 보유하고 있다. 단일주주 중 지분이 가장 많다.

국민연금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반올림은 “국민연금 기금운용 원칙에 반하고, 3대로 이어지는 삼성전자 경영세습에 대한 국민의 비판적 여론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526조원 규모의 국민연금은 기금운용 원칙으로 수익성·안정성·공공성·유동성·운용독립성을 강조해 왔다. 2009년에는 유엔 책임투자원칙(UN PRI)에 가입한 데 이어 ‘기금 의결권 행사지침’을 만들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률 제고를 위해 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 등 책임투자 요소를 고려해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연금 조성에 기여한 국민의 여론을 배제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진짜사장 재벌책임 공동행동’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올해 6월 시민과 노동자 1만2천66명에게 ‘삼성그룹 이재용 경영세습’에 대한 찬반을 물은 결과 응답자 90.1%가 반대표를 던졌다.

반올림은 “이재용 부회장은 백혈병·뇌종양 등 직업병 피해자가 확인된 사람만 224명이나 되고 76명이 숨진 반도체 공장 문제를 철저히 외면했고, 삼성전자는 지난 두 세대에 걸쳐 무노조 방침을 고수하며 노조결성을 방해하고 도청·감시·해고 등 불법행위를 자행했다”며 “국민연금은 주주로서 직업병 문제 해결과 노동인권 보호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약속을 먼저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올림은 이어 “이런 노력조차 없이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에 찬성한다면 삼성연금, 기업만을 위한 연금이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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