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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째 복직투쟁 버스 정비노동자 이병삼씨] “허술한 버스 정비가 서울시민 안전 위협한다”
▲ 윤자은 기자

2010년 10월 해고된 버스 정비노동자가 있다. 버스회사는 수십 년간 정비업무를 수행한 노동자를 운전직으로 발령하고 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고했다. 그로부터 꼬박 6년 넘게 복직투쟁을 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한남운수 대학동차고지에서 이병삼(46·사진)씨를 만났다. 이씨는 이날로 12일째 대표이사 면담을 요구하며 차고지 사무실에서 농성 중이다. 그는 “정비인력을 줄여 정비사 임금을 버스회사가 착복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의 문제가 크다”며 “복직뿐만 아니라 안전한 서울 버스를 만들기 위한 투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비사 인건비 유용 가능한 제도가 문제”

- 해고 사유가 무엇인가.

“사태는 2009년 한남운수에 박복규 대표이사가 취임하면서 시작됐다. 박 대표이사는 정비사 인력감축과 임금 15% 삭감, 1년 계약직 전환을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정비사 6명을 운전직으로 강제로 전환했다. 그 후 나를 포함한 정비사 5명을 추가로 운전직에 발령했다. 당시 나는 대형면허를 취득한 지 두 달도 안 된 시점이었다.

정비를 잘하기 위해 차고지에서 시험운전에 필요한 대형면허를 소지했다는 이유로 자격조건도 되지 않는 정비사들을 운전직으로 발령한 것이다. 살인 교사 아닌가. 면허만 있을 뿐이지 단 한 번도 버스를 운전해서 도로에 나가 본 적이 없는 정비사들이 어떻게 시민들을 태우고 운전을 하겠나. 정비직에서 운전직으로 강제이동한 동료 한 명은 사고에 대한 압박감으로 사직을 한 뒤 귀촌했다.

운전직 전환 면담 이후 부당전직에 항의하기 위해 대형면허를 반납했다. 이것이 해고 사유가 됐다. 사유는 업무지시 불이행이다.”

현재 한남운수 대표이사는 박복규 대표이사의 아들인 박진성씨다. 박복규 대표이사는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 직함으로 지난해 4월부터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정비사들을 왜 운전직으로 발령한 것인가.

“2004년 시행된 서울 시내버스 준공영제로 버스 운전직 임금은 서울시가 실비로 보전한다. 반면 정비사 임금은 서울시에서 버스 한 대당 책정한 인원(0.1458명)만큼 버스회사에 지원한다. 정비직 임금은 실제 업체가 고용한 인원과 급여지급 내역을 확인하지 않는다. 회사 입장에서는 정비인원을 줄이면 줄일수록 정비사 임금을 착복할 수 있다.

한남운수가 보유한 버스는 158대다. 현재 정비사 인원은 관리직인 정비과장과 정비계장을 제외한 12명이다. 서울시에서 지급하는 정비사 임금은 가스안전관리자 1명을 포함해 24명분이다. 나머지 정비사 11명의 임금은 어디로 갔을 거 같나.”

- 해고된 이후 어떻게 생활했나.

“부당해고 소송을 비롯해 1인 시위, 선전전, 천막농성 등 해고의 부당함을 알리고 복직을 요구하는 투쟁을 했다. 사람 많은 곳을 찾아다니다 보니 집회도 나가고 신림역 주변에서 정비 안 된 버스의 위험을 알리는 활동을 했다. 2012년 공공운수노조 서울경기강원지역버스지부 정비사지회가 설립됐다. 지회가 설립되고 나서는 함께할 수 있는 일들이 생겼다. 다른 버스 회사의 임금체계와 표준운송원가제도 알게 됐다. 조사해 보니 필연적으로 나 같은 사람이 계속 생겨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 아픈 일인데, 함께 투쟁하던 동지가 스스로 삶을 끝낸 적이 있었다.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었다. 내 삶도 박살이 났다. 벌이가 없으니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단절되고 고향에도 내려가지 못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가 돼서야 얼굴을 뵀다.

지금은 지회 동지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생활비를 마련해 준다. 도움을 받는 마음이 편치 않다. 다들 형편이 어렵다는 걸 안다. 이제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서울버스, 시민의 안전한 버스로”

-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부당해고 소송을 기각했다.

“회사에 있는 관리직과 동료들은 내가 억울하게 해고됐다는 것을 다 안다. 당시 두 명이 해고됐는데 다른 한 명은 부당해고를 인정받았다. 둘의 차이점은 대형면허 반납시기 뿐이었다. 나는 발령 이전에 면허를 반납했다는 것 때문에 부당해고로 인정받지 못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다. 잘못된 업무지시를 거부한 죄밖에 없다.

해고된 이후 취업도 막혔다. 업무 지시 불이행으로 징계해고된 사람을 어느 회사가 받아 주겠나. 문제가 시작된 한남운수에서 풀어야 된다. 내가 대표이사를 이겨 먹으려고 자존심 싸움을 한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건 오해다. 나는 기름쟁이다. 복직하면 차를 고치면서 조용히 살고 싶다.”

- 버스업계 정비 실태는 어떤가.

“한남운수는 2010년부터 정비인력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현장에서는 사실상 안전의 핵심인 예방정비가 사라졌다. 일상점검이 사라지고 사후 정비만 해도 일손이 부족한 실정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근 다른 버스회사들이 눈치를 보면서 정비인력 자연감소분을 충원하지 않고 비워 두는 방식으로 인력을 줄이기 때문이다. 버스를 이용하는 서울시민에게는 안전에 커다란 위협이 된다. 아무리 베테랑 기사가 운전을 해도 정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으면 사고로 이어진다. 사고가 난 다음에는 늦다.

제도를 보완해 설계된 인원만큼 고용하고 고용한 만큼만 지원해야 한다. 서울시가 내년부터 정비사 임금도 운전직과 마찬가지로 실비보전을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하는데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 안전 정비에 필요한 인력을 제대로 측정해서 설계해야 한다.”

이씨는 “몇 년 전 서울시장 지역순회 간담회에서 박원순 시장을 만나 버스 정비와 안전문제를 얘기했고 박 시장이 문제 해결을 약속했는데 그 이후에 관심 있게 봤는지 묻고 싶다”며 “서울시민의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게 하는 것이고, 시민 안전에 직결된 문제인 만큼 꼭 상기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윤자은  bor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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