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장 철도파업 불구 열차 운행 큰 지장 없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20일 오전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 제목이다. 철도노조 파업이 이날로 24일째를 맞으면서 이전 기록인 23일을 넘겼고 파업 참가율도 40.1%로 2013년 30.5%보다 10%포인트 높지만 열차 운행률은 82.8%로 이전(76.9%)보다 안정적이라는 이야기다.

제목에 느낌표까지 찍어 보낸 걸 보니 뭔가 자신만만한가 보다. 홍순만 철도공사 사장도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노사문제에 정치권은 개입하지 말라”고 호기롭게 답했다. “철도 노사와 국회·정부가 참여하는 4자 협의를 하자”는 야당 의원들의 제안을 대놓고 거절한 것이다. 지난달 열린 대책회의에서는 “한 달이든 두 달이든 노조를 굴복시키겠다”는 발언까지 했다니 더 말해 무엇하랴.

홍 사장만의 문제일까.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도 “불법파업에는 원칙대로 대응하겠다”며 국회 중재 제안을 거부했고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입법 문제가 아닌 사항에 대해서는 노사자율로 해결하는 것이 옳다”며 같은 입장을 취했다. 이 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노사합의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미룬 서울시 지방공기업과 서울대병원 노사에 “올해 내에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노사자율을 이유로 국회 개입에 반대한 정부가 사실상 자율적 노사관계에 개입하고 있는 셈이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철도뿐만 아니라 온 나라가 성과연봉제로 떠들썩한 것은 제3자인 정부, 정확히는 청와대가 금융·공공부문 노사관계, 직원들의 임금문제에 직접 개입하고 있어서다. 이렇게 심하게 개입해 놓고 국회는 제3자라서 안 된다는 정부와 사측의 논리는 억지에 가깝다.

코레일은 “정치권이 개입하면 파업이 길어진다”며 학습효과를 거론했다. 노조가 정치권을 믿고 파업을 지속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파업 참가자 281명을 직위해제하고 182명에 대한 징계절차에 착수했다. 또 이날 자정을 최종 복귀시한으로 정하고 파업 참가자들을 중징계하겠다고 경고했다. 국회 중재는 거부하고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심보다.

‘파업 참가 직원 7천990명 전원 직위해제’라는 대역사를 세운 최연혜 전 코레일 사장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여러 차례 공언마저 어기고 지금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 영전했다. 이런 것도 학습이 되나 보다.

금융·공공부문 노조들은 이날 정부 주최 공공기관장 워크숍이 열린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다시 한 번 노정 대화를 요구했다. 최장기 파업·사측의 징계압박 속에서도 파업을 이어나가는 7천741명의 철도노동자와 10명 중 7명이 노정교섭(리얼미터 조사 77.6%)이나 국회 참여 사회적 대화(73.2%)가 필요하다고 한 국민 목소리가 정녕 청와대와 정부 귀에는 들리지 않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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