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의 삶의 질이 정규직보다 눈에 띄게 낮다는 사실이 통계로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수입·여가·주거·가족 관계·친익척 관계·사회적 친분·건강 등 삶의 질을 측정하기 위해 적용한 7개 지표 모두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격차가 발견됐다.

신승배 서강대 철학연구소 연구교수가 19일 오전 서울대 호암교수회관과 SK게스트하우스에서 열린 ‘2016년 한국노동패널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한국노동패널 18년차 연도(2015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비정규직 삶의 만족도 '평균 이하'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 유연화가 빠르게 전개되고 비정규직 규모가 커지면서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고용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저성장 늪에 빠진 경제는 노동자들로 하여금 경제성장에 따른 낙수효과마저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노동자들이 느끼는 사회불안은 커지고 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품기 힘든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우리나라 임금노동자 1천962만7천명 중 정규직은 1천296만6천명(66.1%), 비정규직은 666만명(33.9%)이다. 3월 기준 임금노동자 평균 근속기간은 정규직 7년5개월, 비정규직 2년5개월로 집계됐다. 정규직의 41.5%는 근속기간이 3년 미만, 비정규직의 52.9%는 근속기간이 1년 미만이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지는 이미 오래다. 대다수 노동자가 고용불안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통계청의 지난해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만 13세 이상 가구원 3만9천여명 중 61%가 고용안정성 관련 문항에 ‘불안’이라고 답했다.

고용불안은 노동자들이 느끼는 생활만족도나 삶의 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신승배 교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삶의 질 만족도를 비교하기 위해 지난해 노동패널 자료를 활용했다. 임금노동자 5천67명이 분석 대상이다.

이에 따르면 ‘전반적인 생활 만족도’ 항목에서 5점 만점을 기준으로 평균 3.46점, 정규직 3.56점, 비정규직 3.3점으로 확인됐다.

영역별 만족도를 보면 ‘가족의 수입에 대한 만족’ 항목은 평균 3.06점, 정규직 3.18점, 비정규직 2.87점으로 고용형태에 따른 격차가 가장 컸다. 이 밖에 △‘여가활동에 대한 만족’ 항목은 평균 3.2점, 정규직 3.3점, 비정규직 3.03점 △‘주거환경에 대한 만족’ 항목은 평균 3.48점, 정규직 3.56점, 비정규직 3.51점 △‘가족관계에 대한 만족’ 항목은 평균 3.65점, 정규직 3.75점, 비정규직 3.51점 △‘친익척 관계에 대한 만족’ 항목은 평균 3.48점, 정규직 3.56점, 비정규직 3.34점 △‘사회적 친분 만족’ 항목은 평균 3.5점, 정규직 3.58점, 비정규직 3.38점 △‘주관적 건강상태 만족’ 항목은 평균 3.62점, 정규직 3.73점, 비정규직 3.44점으로 분석됐다. 모든 항목에서 비정규직이 느끼는 만족도가 정규직보다 현저히 낮았다. 각 항목의 응답수치가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분석 결과 비정규직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임금노동자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소득증대 포함한 종합적 보호대책 필요"

한편 임금노동자 영역별 만족도에 미치는 7개 요인에 다양한 변인을 적용해 회귀분석한 결과 ‘시간당 임금’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의 삶의 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소득증대의 필요성을 보여 주는 결과다.

신 교수는 “시간당 임금이 임금노동자 삶의 질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확인됐는데, 그렇다고 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삶의 질 개선이 단지 소득의 격차를 줄이는 것에 국한돼선 안 된다”며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종합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한국노동연구원과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한국노동경제학회·한국사회보장학회·한국사회학회·한국산업노동학회·한국인구학회·한국인사관리학회·한국재정학회·한국조사연구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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