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화 국립공원관리공단 상임감사의 비상식적인 감사태도가 구설에 오르고 있다. 직원 간 음주폭력 사건을 조사하던 중 '음주했을 때 행동을 확인하겠다'며 피감인에게 소주를 먹이고 자신도 술을 마시는가 하면, 소명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주먹으로 직원의 머리를 때리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이 상임감사는 새누리당 부대변인 출신으로, 올해 1월 공단에 부임하면서 낙하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음주폭력 피감인에 소주 먹이고 폭언=19일 환경부유관기관노조 국립공원관리공단지부(위원장 유경호)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이 상임감사는 지난해 11월 설악산 소청대피소에서 발생한 직원 간 음주폭력 사건에 연루된 피감인 A씨를 서울 마포구 국립공원관리공단 9층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 감사실 직원 3명도 입회해 있었다. 지난해 A씨는 소주 1병 반을 마시고 부하직원을 폭행한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고 난 뒤였는데, 이 상임감사가 자체 감사를 하겠다며 A씨를 속초에서 서울로 부른 것이다.

A씨가 다툼이 있었던 당시 상황에 대해 "만취상태여서 기억을 못한다"고 하자 이 상임감사는 테스트를 해 보겠다며 직원을 시켜 소주 3병을 사오게 했다. 그러면서 사건이 발생했을 때와 똑같이 소주 1병 반을 마신 뒤 진술을 해 보라고 요구했다.

이 상임감사는 A씨가 음주를 거부하자 "근무시간에는 마셔도 되고, 감사인 내가 마시라고 할 때는 왜 안마시냐"며 "마시라"고 재차 강요했다. 이 상임감사는 연거푸 건배 제의를 하며 A씨와 소주 1병을 나눠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날 <매일노동뉴스>에 "감사실 직원들이 보는 앞이었고, 감사님이 건배 제의를 계속하면서 '마시라'고 강요해 안 마실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A씨가 취한 기색을 보이자 이 상임감사는 감사실 직원들을 돌아보며 "얘 취했지"라고 반말을 했다고 A씨는 전했다.

그는 "이 상임감사가 '이 새끼, 똑바로 말하라'며 물병을 던질 것처럼 위로 치켜들고 '파면시키겠다'고 윽박질렀다"며 "고압적인 태도에 압박감을 심하게 받았다"고 토로했다.

◇직원 머리 주먹으로 때려=이달 3일에는 이 상임감사가 총무부 직원 B씨를 찾아와 통장 내역과 관련해 설명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B씨의 어깨를 치고 머리를 주먹으로 때리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 장면을 목격했던 직원들이 지부에 밝힌 증언 녹취록에 따르면 이 상임감사는 지난해 9월25일 뭉칫돈이 빠져나간 이유를 B씨에 물었다. 임금소급분과 통상임금 패소분 등으로 다른 때보다 많은 임금이 지출됐기 때문에, B씨는 대차전표를 뽑아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이 상임감사는 "대차전표를 뽑지 말고 통장으로만 설명하라"며 1시간여 동안 윽박질렀고, 이 과정에서 이 상임감사가 B씨의 어깨를 치고 주먹으로 머리를 때렸다는 게 목격자들의 진술이다.

한 직원은 "B씨가 (에이씨라고) 말한 건 듣지 못했지만 감사는 '어디다 대고 에이씨라고 하느냐'며 주먹으로 B씨의 머리를 때렸다"며 "B씨는 얼떨결에 바로 대처하지는 못하고 (감사에게) 계속 설명을 하려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이 상임감사의 질문에) 정확하게 답변하기 위해서는 전표를 출력해 봐야 할 상황이었다"며 "(이 상임감사는) 전표를 뽑지 말라고만 계속 말했다"고 증언했다. B씨는 당시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부는 이 상임감사 퇴진을 요구했다. 유경호 위원장은 "엽기적"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유 위원장은 "부임 이후 지속적으로 발생한 상임감사의 비인격적 발언과 몰지각한 행동으로 직원들의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슈퍼갑질의 전형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그는 "상임감사가 적절한 사과와 함께 자진사퇴하지 않을 경우 몰상식한 낙하산 상임감사의 퇴진투쟁을 하겠다"고 말했다.

◇"쥐어박은 건 맞지만…"=이 상임감사는 제기된 논란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감사 중 음주건에 대해 이 상임감사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주장이 상이했기 때문에 충분한 소명 기회를 주기 위해 술을 몇 잔 마시게 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른 직원들도 있었고, A씨의 동의하에 있었던 일"이라고 해명했다.

직원 폭행 건에 대해서는 "때린 적이 없다"고 부인하다가 "머리를 쥐어박은 건 맞다"고 인정했다. 그는 "A4용지를 아껴야 하기 때문에 대차전표를 뽑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10번을 뽑더라"며 "B씨가 '에이씨'하면서 주기에 '어디서 에이씨라고 하냐'며 쥐어박았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의 잘못을 덮기 위해 작은 부분을 침소봉대하는 부분에 대해 당황스럽다"면서도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소명하고, 유념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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