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중 재해로 숨진 노동자의 유가족을 우선·특별채용하기로 한 단체협약의 유효성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금속노조(위원장 김상구)는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재사망자 유가족 우선채용 단협을 무효라고 판결한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1985년 기아자동차에 입사했던 이아무개씨는 급성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2010년 7월 숨졌다. 사망 당시 49세였다. 근로복지공단은 업무 중 벤젠이 다량 포함된 시너와 도료를 사용한 것을 발병 원인으로 보고 이씨의 죽음을 업무상재해로 인정했다. 이씨 유가족은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손해배상과 유가족 1명에 대한 특별채용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현대·기아차 노사가 맺은 단협 중 업무상재해 유가족을 특별채용하기로 한 조항을 이행하라는 취지였다.

그런데 서울중앙지법·서울고등법원은 손해배상을 인정하면서도 특별채용은 사회질서에 위배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해당 단협 조항을 무효로 판결했다. 유가족은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사건을 대리한 김상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는 "원심 판결은 노사가 자율적 교섭으로 만든 단협 내용이 사회질서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무효라고 본 최초의 사례로 보인다"며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통해 산재사망자 유가족 특별채용이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산재사망자 유가족 특별채용 단협을 체결하고 있는 현대차지부·기아차지부·한국지엠지부 관계자도 참석했다. 박유기 현대차지부장은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의 가정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가족 한 명을 채용하기로 한 노사 합의는 지극히 상식적인 행위"이라며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통해 이 같은 단협을 무효라고 보는 일체의 주장에 종지부가 찍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상구 위원장은 "정부가 책임지지 않는 산재사망 노동자 발생 가정의 생계를 노사가 특별채용으로 풀어 보려고 단협을 체결한 것"이라며 "이런 합의를 권장해도 모자랄 정부가 불법 단협으로 매도하자 사법부가 정치적 판결로 옹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대법원은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정치적 논리를 배제하고 심도 깊은 법리 검토를 해야 한다"며 "노조는 산재사망 노동자 유가족의 생계를 보호하려는 단협이 정말로 문제인지 여부에 대한 법리 다툼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