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와 처한 상황은 달랐지만 처방은 같았다.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고 소득 격차에 따른 사회통합을 이뤄 나가는 과정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라는 것이다.

한국사회보장법학회·한국노동연구원·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사회적 양극화와 사회보장법의 과제'를 주제로 공동 국제학술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심포지엄은 한국·일본·독일의 사회보장법 전문가들이 각 나라의 경제·사회 역사와 상황을 설명하고 올바른 사회보장제도를 모색하는 자리로 꾸려졌다.



장기불황 일본 '고용+사회보장' 정책 동시 추진



일본은 장기불황이 계속되면서 불거진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과 사회보장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는 정책을 모색했다. 불안정 고용 증가와 실업 장기화, 생활곤궁자·빈곤자가 증가하면서 노동법과 사회보장법의 연계 필요성도 높아졌다. 2001년 후생성과 노동성을 합쳐 후생노동성을 출범시킨 배경이다.

첫 발제자로 나선 키쿠치 요시미 일본 와세다대 교수에 따르면 일본은 2011년 고용보험상 실업급여가 종료된 장기실업자나 고용보험 미가입 실업자에 대해 직업훈련과 생활비를 지급하는 내용의 구직자 지원법을 제정했다. 장기실업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요구됐기 때문이다.

키쿠치 교수는 "일본은 비정규직을 비롯한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을 보전하는 방법도 검토했으나 그럴 경우 기업에 대한 보조금으로 전락해 저임금 노동 고착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며 "저임금에 대한 대응책으로는 최저임금을 보다 인상하는 방향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근본적인 대책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으로, 일본 정부가 이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참석한 노상현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일 양국은 근로빈곤으로부터 이어지는 고령자 빈곤이라는 공통된 문제를 가지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일자리를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빈곤을 증명할 필요 없이 기초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소득제도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주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로빈곤층이 증가하면서 보편적 의료서비스·주거지원·자녀에 대한 교육비 지원이 삶의 안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더없이 중요해졌다"며 "고용불안에 따라 소득불안정이 심화하고 있는 만큼 상기 제도의 보편적 운영에서 얻는 편익이 크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선별적 복지보다 보편적 복지가 효율성 면에서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퇴직자 위해 최저임금·적정급여 유지 필요"



사회통합과 사회보장법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전광석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용의 불안과 단절, 저소득으로 인해 사회보험 가입자에게 지속적인 고부담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며 "(노동자에게) 기존 생활 수준을 어느 정도 보장하기 위해 우선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이에 기초해 적절한 급여 수준을 유지하는 방안을 구상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전 교수는 특히 "현재 최저임금이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상황은 고용을 통한 복지와 고용을 매개로 하는 복지실현에 장애가 된다"며 "시급히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근주 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사회적 동질성을 실현하는 과정을 사회통합이라고 한다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사회보장은 사회통합의 필수적 요소"라며 "기본소득제도가 사회통합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국민의 동질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버하르트 아이핸 호퍼 독일 예나대 명예교수는 "사회보장으로 사회 양극화를 완화시킬 수는 있지만 극복할 수는 없다"면서도 "사회 양극화를 극복하는 모든 수단은 사회보장의 효율성과 성과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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