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국도로공사 서산톨게이트에서 수납원으로 근무한 간접고용 비정규 여성노동자입니다. 톨게이트에서 12년을 일했지만 외주사장이 바뀔 때마다 신입사원이 됐고 그나마 재고용이 안될까 두려워 부당함이 있어도 말 한마디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유 없이 동료가 해고돼도 내가 아닌 게 다행이라며 스스로 위안 삼으며 버텼습니다.

도로공사는 조기퇴직자들에게 위로금 대신 톨게이트 운영권을 수의계약으로 주면서 2009년 이후 수납업무를 모두 외주화시켰습니다. 심지어 2014년 공공기관 퇴직자가 수의계약을 못하게끔 법이 바뀌자, 법이 시행되기 4일 전 2천억원대의 수의계약을 퇴직자들에게 몰아주어 부도덕한 공기업 운영의 끝판을 보여줬습니다.

톨게이트에서 일하는 노동자 대부분은 여성입니다. 1평도 안 되는 부스 안에서 최저임금을 받아 가며 밤낮 없이 근무했습니다. 화장실을 마음대로 갈수 없어 근무 중에는 물도 마시지 못했습니다. 연장수당이라는 말은 감히 입 밖으로 꺼내 보지도 못했습니다. 간접고용 여성수납원들은 임금이나 처우개선에서 제 목소리를 낸 적도, 낼 수도 없습니다. 반말에 막말에 성희롱도 참고 일해야 했습니다.

이런 직장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적어도 할 말은 하자는 생각에 노동조합이 결성되자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회사가 우리의 이야기를 경청하기 시작했지요. 그러나 저들은 외주사장이 바뀌는 틈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새로 온 외주사장(도로공사 퇴직자 조용하)은 고용승계 대신에 신규채용 절차를 밟아 노조 대표와 부대표, 사무장을 미채용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해고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해고하는 톨게이트 영업소가 부지기수입니다.

지난해 4월20일 국민권익위원회는 도로공사에게 “미채용한 수납원들의 고용을 승계하라”고 의결했으나 도로공사는 수수방관하고 서산톨게이트 외주사장은 거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게다가 올해 5월과 8월에 퇴직자 발생으로 결원이 발생했는데도 고용문제를 해결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간접고용 비정규직들은 이런 문제에 봉착해 있습니다. 원청은 실제 사용자임에도 노사문제를 수수방관하고, 외주업체·하청은 원청에 책임을 떠넘기며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방식으로 탄압합니다.

도로공사는 더 빠르고, 편리하게를 외치며 2007년 하이패스를 전국적으로 개통한 이후 수납원들을 빠르고 편리하게 해고했습니다. 현재는 6개월 단위로 감원·정리해고 지시가 내려오고 있습니다. 수납원은 아무런 고용대책 없이 정리해고하면서, 줄어든 인원수만큼 외주사장들과의 계약기간을 연장하며 특혜를 부여합니다.

더 나아가 도로공사는 2020년까지 무인화 스마트톨링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합니다. 하이패스 여부를 떠나서 무조건 무정차 통과 후 고지서로 요금을 납부하는 제도입니다. 이렇게 되면 온 국민의 이동 위치를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모두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2020년이 되면 전국 330여개 영업소 7천200여명의 요금수납원들은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그러나 간접고용 여성비정규직의 고용대책은 저들의 무인화 정책에 전혀 담겨 있지 않습니다. 이것이 정부와 공공기관인 도로공사가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대하는 방식입니다. 정말 노예처럼 일했습니다. 그런데 저들은 적게 주고 많이 부려먹는 것에만 관심이 있지, 우리 노동에 대한 고마움과 소중함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진정 간접고용은 없어져야 합니다. 사용자가 직접 고용해야 합니다. 불가피하게 정리해고 할 거면 그에 대한 고용대책과 보상이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2020년 사라질지 모르는 7천200여명의 요금수납원들에게 구체적인 일자리 대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정부와 진짜 사용자 도로공사가 책임 있게 나서서 당사자들과 대화하고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지긋지긋한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굴레가 우리 후대들에게 씌워져서는 절대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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